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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우 Sep 03. 2020

단군의 자손이 아니면 어떡하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단군의 자손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내 일처럼 여기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한 집처럼 지내자

우리는 한 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서로서로 도와가며'라는 동요입니다. 멜로디가 좋고, 주제도 좋지만 가사는 조금 바뀌면 좋겠다 싶습니다. 서로 돕고 살면 좋겠지만 이웃끼리 한 집처럼 지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나친 관심은 불편할 때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정말 바뀌었으면 하는 구절은 마지막 줄입니다.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요!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단군의 자손이 아닌 사람이 당연히 있고, 어쩌면 그런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조선의 영역을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비파형 동검, 미송리식 토기 등의 유물이 나오는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추정하고 있는 고조선의 영역은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당시에 고조선의 아래쪽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남쪽에는 소국들이 존재했습니다. 辰國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여하튼 고조선과 같이 존재했던 지역의 사람들은 단군이 조상은 아니겠지요?


 북쪽에는 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같은 국가들이 등장하였고, 남쪽에는 마한, 진한, 변한 등의 정치체들이 등장합니다. 삼한의 백성들은 단군의 자손이 아닙니다.


  고구려의 피지배층은 말갈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고구려 지배층 일부가 내려와 백제를 세우고, 백제가 마한 지역으로 점차 영토를 넓혀갑니다. 백제의 지배층은 고구려 계열이지만 피지배층은 역시 단군의 자손은 아닙니다. 게다가 백제는 중국의 여러 나라들과 교류했고, 일본과도 친밀하게 지내는 등 활발히 대외 활동을 하여 외국에 많이 나가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백제로 들어오기도 하였습니다. 부흥운동을 했던 흑치상지를 외국인으로 보기도 합니다.


 신라와 가야는 토착민들이 세운 국가입니다. 물론 이주민들도 있지요. 신라의 석탈해 같은 인물은 이주민입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도 외국인으로 보기도 하고, 신라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 앞에 있는 문인석과 무인석 중에 아랍계 얼굴을 한 것이 나오기도 합니다.


  고대 국가들도 다양한 정치체가 모여 세워진 것이고, 이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고조선에서도 준왕을 몰아낸 위만은 중국에서 왔습니다. 고조선의 복장을 하고 왔고, 고조선의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하여 중국에 거주하다가 돌아온 고조선 사람으로 보기도 하지만 위만은 중국에서 살다가 온 사람이니 중국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위만이 데려온 사람들 중에 중국인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려 역시 여러 나라들과 교류를 많이 하였고, 원 간섭기에는 몽골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살았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외국인도 많이 들어와 살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에 대해 너무 길게 설명했네요. '민족'의 개념이 인종적인 것이기보다는 역사적, 문화적인 부분이 크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웃이 된 다문화 가정


 이제 단군의 자손이 아닌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학교에는 점차 다문화 학생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특히 초등학교에는 정말 많습니다. TV만 보아도 외국인도 많이 나오고, 외국에서 귀화한 사람들도 많이 나오지요? 귀화한 사람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인의 얼굴과 많이 다른 한국인들도 많습니다. 한쪽 부모님이 외국인이거나 혹은 귀화한 한국인인 경우입니다.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라고 부릅니다. 아! 부모님 모두 외국인인데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요. 다양한 형태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를 다닙니다. 그런데 우리 교과서는 아직도 ‘단 하나의 민족’에 대한 신화적 믿음을 싣고 있기도 합니다.


  생김새가 조금 다른, 그런데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은 영어나 부모님 나라의 말을 배우기도 하지만 대체로 한국어를 더 잘합니다. 한국어만 할 줄 아는 아이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제일 많이 쓰기도 하고, 학교 교육도 한국어로 받고 있으니까요. 말을 잘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서툰 아이들이 있기는 합니다. 양육을 더 많이 하는 부모님 중 한 분이 한국어를 잘 못 하는 경우, 글을 쓰는 것을 조금 느리게 배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걸로 인해서 학교에서 학생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어가 모국어이거나 한국어를 제일 잘하는 아이에게 조금 다른 외모를 하고 있으면 일단 영어로 말을 걸어 봅니다. 아이들은 혼란스럽기도 슬프기도 상처 받기도 합니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초등학교는 입학한 1학년 학생 전체가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었다는 뉴스가 나온 적도 있지요.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교육과 관련한 지원들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이 말을 잘 배우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한국어를 잘해야 하고, 특히 양육을 많이 하시는 분의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다소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의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데 일을 해야 한다거나 아직 지자체에서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았거나 하는 이유로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잘 이루어지면 좋겠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언어 교육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상처받는 아이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차별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의 국적에 의해 차별은 세분화됩니다. 유럽이나 미국 국적의 부모님인 경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그러나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지요. 일본인 부모님이 있는 경우는 미움을 받거나 놀림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과거 일본에 의한 식민통치에 대한 거부감과 한일관계 문제 등 일본 정부에 대한 감정이 일본인 부모님을 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학생은 아무 이유 없이 더욱 미움을 받기도 합니다. 중국, 동남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 친구들은 차별을 더 많이 받습니다. 부모님 국가의 경제적 상황은 차별로 이어집니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얼굴을 검게 칠한 것이 문제가 되었지요. 우리는 인종을 차별했던 백인도 아니고 외국인이 많이 사는 나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인종과 관련된 인권 감수성이 다소 낮은 편입니다. 학생들을 비판하는 글이 많아지자 “아이들이 잘 모르고 한 일인데 뭘 그렇게 심한 말을 하냐?”는 여론이 더 커졌습니다. 모르고 한 일은 괜찮은 걸까요?



용서와 성장


 무지해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많은 외국인들과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아랫집 윗집 울타리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이웃들에 대해 무지해서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일부이지만 고3은 이제 선거권을 가집니다.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편을 들어줄 것이 아니라 선거권을 가진 성인으로 대해주는 편이 더 나았을 것입니다. 어떤 말과 행동은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지금 모르고 한 일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지금은 용서를 받을 수 있지만 다음에는 그렇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도 사과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어야 우리가 어른다운 것이고, 아이들도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단군의 자손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함께 살고 있는 이웃끼리 상처 주지 않고, 혐오하지 않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득이와 똥주


  완득이라는 소설, 혹은 영화를 보셨나요? 그 소설이, 영화가 밝게 나와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 이웃에 있는, 우리 학교에 있는 수많은 완득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꿈을 키워나가며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똥주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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