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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럼 대신 키보드 Oct 06. 2023

그걸 알면 무당이지 않을까요?

돌발 질문에 대처 방법이란..

그렇게 서울의 진한 도심 냄새를 취해있다가, 한 달의 월세를 또 내야 할 시기가 다가올 무렵.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모 패션회사의 스튜디오에 면접을 냈었다. 다행히 연락이 왔었고 대면 면접을 보러 동대문 시장 근처에 위치한 하늘로 쭉 뻗은 큰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가기 전에 패션 관련 직무 면접은 아니지만, 내심 패션 회사면 그래도 일반적인 회사보다는 일하시는 분들의 복장은 설마 홍대에서 볼법한 자유로운 스트릿 패션을 입고 힙하게 근무를 하시려나? 옷 잘 입는 분들이 많겠지? 하고 면접 질문을 예상하기보다는 옷을 좋아하는 나는 마치 이미 면접에 붙은 사람 마냥, 그곳의 분위기에 대해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스튜디오로 들어가 면접으로 보러 왔다고 말한 후, 잠시 의자에 대기하면서 스튜디오를 관찰해 보니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에 카페에서 쓸 법한 커피 머신까지 구비되어 있는 넓은 공간은 한눈에 봐도 관리가 잘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 패션회사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냥 조금 더 깔끔한 캐주얼한 복장의 분들이 많았던 거 같다. 한 마디로 어느 직장이든 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친절한 인상의 나이가 조금은 있어 보이는 한 분과 많아봤자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사회생활에서는 조금 어려 보이는 아담한 체구의 남자와 면접 방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어필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전에 일한 편집샵의 경력을 적었었는데, 아담한 체구의 남자가 이력서를 보더니 좋은 그곳을 왜 관두고 여기로 왔냐고 물었다. 물론 그곳의 안 좋은 이야기를 하진 않고, 좀 더 큰 목표가 있어서 서울에 왔다는 걸 어필을 했다.

그런데 그 당시 어려서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한 탓이었을까, 일자리 없이 서울에 올라온 거 자체를 그들은 이해를 못 하는 눈치였었다. 


그렇게 한 동안 패션 회사답게  의류 관련 이야기도 조금 나눈 채, 자신의 강점과 단점에 대해서 물어봤었는데 그곳의 직무도 처음 보는 사람을 많이 접해야 되는 영업과 비슷한 일이었기에, 서비스직으로 사람을 많이 대해본 나로서는 손님 파악 그리고 생각과 반응을 빠르게 캐치하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을 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질문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도발 질문이 들어왔는데 바로 그 아담한 체구의 남자가 던진 질문은 "키보드(나)씨는 지금 제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아세요?"라고 의미 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도 어떻게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걸 알면 제가 무당 하지 않을까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약간의 긴장감이 돌던 면접장의 분위기는 면접을 보던 두 분 마저 폭소를 하게 되어 유쾌한 기운이 감돌았다. 뭐 좋게 표현을 해서 이렇지 사실 저 답변도 베스트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거 외에 더 좋은 답변도 참 지금 생각해도 없는 거 같긴 하다. 그렇게 약간 면접을 100% 발휘해서 못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나온 사람 마냥 찝찝한 기분으로 나오게 되었다.


면접을 본 후 언제까지 연락을 주겠다고 했었으나, 연락이 오지 않자 떨어지더라도 연락을 꼭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면접 때 안내받은 연락처로 연락을 드렸으나 뭐 나의 간절한 마음과는 다르게 역시나 며칠 지나서도 연락 없는 면접은 99% 탈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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