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아줌마와 나눈 이야기
그렇게 나는 서울은 지방이랑은 조금 뭔가 다르긴 하구나 라는 걸.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를 통해 나의 관찰 데이터가 쌓이고 있었다. 나의 관찰이 어느 정도는 맞는구나라고 느끼게 된 건, 집 앞에서 우연히 오랜만에 만난 집주인아주머니와의 만남에서 내가 그냥 가볍게 툭 "사모님, 그런데 여기 서울 사람들은 지방 사람들이랑은 좀 다른 거 같아요."라고 한 말에 대답해 주신 일이었다. 사모님의 대답은 지방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긴 할 거라고 말씀하시면서 다른 점이라고 생각되는 몇몇 예시들을 듣게 된 상황들이 있었다. 집주인 사모님 사장님도 나와 같은 경상도 출신이셨기에 뭐 이곳에 올라와서 정착하시면서 관찰 데이터는 나보다 더 많이 쌓여 있으셨을 테니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으셨을까.
그렇게 서울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잠잠해질 시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넓고 큰 인도길이지만 어딜 가도 많은 사람들, 하지만 나는 혼자. 외로움이라는 감정에게 난 잡아먹히고 있었다. 물론 서울에 사는 오래된 친구가 있었기에 그 친구와 만나고 나면 외로움 놈의 주둥이 입에서 빠져나올 거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때뿐이었고 작은 옥탑방 문을 열고 들어오면 누군가의 맞이 대신, 차가운 공기와 적적함만이 다시 날 외로움이라는 놈의 주둥이로 밀어 넣었다.
일을 쉬는 날은 약속이 없더라도 무조건 밖으로 나갔다. 집 근처에 운동하기에도 산책하기에도 아주 좋은 큰 공원이 있었지만, 집 근처로 나가는 건 집 밖으로 나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에, 집 방향과 아예 다른 강남 쪽으로 가서 산책을 한다던지 생뚱맞은 곳으로 가 길거리의 사람들을 구경을 한다던지 그 주변에 있는 사지도 않을 옷을 본다는 핑계로 가게를 들러 구경하는 둥 마는 둥 하다. 가까이 가면 뜨겁고 멀리 있으면 차가운 인간관계를 가게 위 천장 히터에 추위에 약간 얼은 몸을 풀고는 주변을 천천히 감상할 여유를 버린 채 무작정 복잡한 길거리를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