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이라는 것의 어두운 이면은 두려움
예전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생각보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잠깐만 하고 그만둬야지 하는 마음으로 돈을 위해 장기적으로 그 일을 하다가 보면 그 일이 평생 직업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물론 여기서 말하는 "평생"이라는 단어는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의미를 포함하는 "평생"이라는 단어의 뜻은 아니다. 실제로 학창 시절 때부터 용돈 벌이를 위해 일하던 곳에서의 나보다 7~10살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차이가 났던 연장자의 위치에 있던 형 그리고 누나였던 사람들은 생활 유지를 위해 잠시 그 일을 하다가 지금 현재까지도 쭉 하고 있는 직업으로 자리 잡히게 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물론 이걸 나쁘게 보는 것도 아니고, 사람 사는 방법에 정답도 없을뿐더러 무엇이든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아닌 꿈을 위해 하루하루 나아가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하다 보면 그곳에 길들여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 그렇게 의도치 않게 장기간 그 일을 하다 보면 처음에 할 때와는 다르게 적응되어 편하게 느껴지고, 시간이 흘러 나이는 먹고 나이가 먹을수록 좁아드는 선택지, 내가 그곳에 길들여지기까지의 꿈꾸던 것들은 초, 중, 고 학창 시절에 필수로 적었던 장래희망에 끄적인 추억 속의 기억처럼 "아 그땐 그거 하고 싶었지! 그쪽으로 진로를 잡았더라면 어떨까?"라는 사라지지 않는 약간의 미련으로만 남는다. 그리고 말로는 누구나 모든 준비가 되었을 때 하고 싶다고 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주변에 아직까지 결혼을 많이 한 친구들은 없지만, 준비가 다된 상태에서 하는 결혼은 대부분 못 봤다. 그리고 이외에도 누군가가 정해 놓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나이대마다 대부분의 다수의 사람들의 관습 같은 미션 수행(?)이 자리 잡혀 만들어진 각 나이대마다 해야 되는 암묵적인 미션(?)들 졸업, 취업, 결혼, 출산 등 하긴 미션(?)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무례하게 남의 집이 전세인지 매매인지도 물어보는 마당에 자가 소유도 인생에서 하나의 미션으로 봐야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 대중교통이 아무리 좋아도 자차도 하나 있어야겠지. 아무튼 그렇게, 가정을 꾸리고 이끌어 가기 위해서 일을 어쩔 수 없이 유지하다 보면, 나이는 먹고 갈수록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에는 두려움과 리스크가 커지니까 그렇게 현실을 인정하고 순응하고 살아가게 되는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인정이나 평가를 받고 살아야 되는 인생도 아니고 남들 보기에는 뭐 심플하지 않게 너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쓸데없는 복잡한 생각이겠지만, 다수가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그걸 가지고 있지 않으면 남들 할 때 뭐 했냐 식의 저평가를 해버리는 무례한 태도. 남을 함부로 평가하는 잣대가 만연한 시대에 자유롭게 내가 하고픈 걸 하면서 남 시선은 신경 쓰지 않을 거야!라고 하지만 맘처럼 신경 쓰지 않기란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장의 마무리를 정말 쉽지 않다.라고 적고 싶었지만, 내 생각이 항상 정답은 아니니까 글이 염세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지만 내가 겪어온 경험들로는 그렇다.
약간의 긴장감으로 "○○번 고객님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라는 멘트에도 말에 버퍼링에 걸리던 초보티를 조금 벗어나 익숙해질 무렵, 그곳에 길들여진다는 게 무서웠던 나는 과감하게 일을 관둔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일할 땐 친하다가도 일을 관두면 좋았던 관계들도 가지에서 떨어진 과일 마냥 끝인 게 일반적이지만, 이전에 일했던 곳은 늘 마지막에는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인사를 했던 사람들도 있고 나중에 만날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막연한 만남이 있을법한 따뜻한 인사로 마무리했던 적이 많았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도 금방 관두는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여기 사람들과의 인사는 묘하게 차가움이 느껴지는 마무리였다. 마지막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 전부 좋게 마무리 하나 싶었지만 그곳의 여자 점장은 2주 전에 미리 공지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돌아가는 매장에서 어떻게 관두는 사람을 좋게 보냐면서 성질을 냈다. 그전에 다른 곳에서의 경험과 그곳의 경험으로 인해 아무리 서로 좋게 마무리하려 배려해 줘도 사람은 역시나 이기적이다 나는걸 진정 그때서야 깨달았다. 대꾸할 가치도 없을 정도의 막무가내의 논리였길래, 필요한 급여정산 부분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는 그곳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