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럼 대신 키보드 Oct 22. 2023

다양한 사람을 관찰한다는 것

쓸데없는 관계를 틀 필요 없이

그렇게 카페 일을 관두고 중간중간에 몇 개의 면접도 보고, 역시나 생각처럼 모든 계획들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런 생활에 지겨웠던 걸까 잠시 동안은 모든 것이 하기 싫고, 내가 여기에 올라온 이유는 뭘까?라는 회의감이 계속 들었다. 잠깐 동안의 패닉 상태로 잠잠히 지내다. 통장 잔고를 보니 저번처럼 월세 내기도 빠듯할 거 같아. 알바 채용 사이트에 보이는 단기 아르바이트에 여러 개 이력서를 넣었다. 이렇게 단기 알바로 연락이 온 것들 중에 흥미롭고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해봤었는데, 그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일단은 첫 번째로 기억나는 단기 아르바이트는 서울이 아니었다면 절대 못해봤을 방청 아르바이트가 생각이 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청을 해봤었는데, 주로 대부분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보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곳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고 즐겁다. 실제로 듣고 싶었던 유명 가수의 현장 라이브도 물론이지만, 방송만 보던 시청자는 절대 모르는 방청만의 숨은 재미가 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깔끔하게 편집된 프로그램을 보던 것과는 다르게 출연진들이 쉬는 시간에 서로 속닥속닥 거리는 모습이라던지, 방송 프로그램에는 들어가진 않지만 대기 시간에 모든 방청객들을 빵 터트리는 프로그램 진행자의 기발한 멘트라던지, 중간중간에 세트 정리와 다음 진행 준비를 위해 약간의 정적이 생길 때 방청객들의 텐션이 떨어지지 않게 경품을 걸고 재밌는 현장 이벤트를 진행을 하는 재밌는 보조 MC의 활약 아쉽게도 본 방송에는 나오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본방송에서 나오지 않는 현장에서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방청 아르바이트를 가서 볼 수 있는데 그게 매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데,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자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열정적인 함성을 지르는 중년의 아저씨, 현장 이벤트에서 수많은 방청객들 앞에서 즉흥 연기를 선보이는 꿈 많은 20대 배우 준비생, 달달한 사랑 고백을 하는 조금은 성숙한 30대 커플의 사연 등 재밌는 이야기부터 조금은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비록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이나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에 그곳에서의 누군가의 이야기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또 너무 자세하게 적으면 누구나 들어도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야기는 못하지만, 방송 라이브를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듯하게 말을 하는 아나운서가 카메라 테스트 들어가겠다고 말하는 카메라를 잡은 사람에게 "아 예~ 하시지요~"라고 약간의 희롱하는 듯한 말투에 약간의 썩어 들어가는 카메라 스태프의 표정이라던지 현장에서의 누군가의 묘한 기싸움 또한 눈에 보이곤 했다. 역시 사람 모이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크게 특별하게 일이 없으면, 나는 고정적으로 방청 스케줄을 알려주는 문자에 신청을 하고는 많으면 1주일이 1번씩은 갔고, 가끔은 친구와 갈 때도 있었고 혼자서도 재밌게 방청을 하곤 했다. 방청을 마치고 나오는 문 앞에서는 담당하는 업체에서 흰 봉투에 아르바이트비를 넣어 서명을 받은 후에 흰 봉투를 줬었는데, 시간 투자 대비 아르바이트비라고 하기에도 적은 돈이지만, 외로움과 즐거움을 잠시나마 잊었기에 그 봉투를 외투 안 주머니에 넣고는 흥얼거리며 버스 창문에서 보이는 조금은 쌀쌀하지만, 어둠과 조명의 조화로 아름다운 서울의 밤 풍경을 눈에 담으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다음 기억나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면, 현금 호송 아르바이트도 있다. 운전자 1명, 사수 1명, 그리고 보조하는 일당 아르바이트생 1명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된다. 물론 가기 전에는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조금 걱정은 했지만 일당 알바로 가는 자리는 부담감 없는 업무였다. 돈이 담긴 돈뭉치를 가지고 차로 데려다주는 은행에 사수와 내려 보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소 큰 금액의 돈뭉치들을 들고 다니는 부담감 때문일까, 그곳의 분위기는 조금은 예민하게 전체적으로 날이 서 있고 어두운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나는 단기 아르바이트는 "플리마켓" 이였다. 모 업체에서 주관해서 해당 장소에 일정 기간 동안 플리마켓을 열고 그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의류 브랜드에서 자기 브랜드의 의류를 판매해 줄 기간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판매일을 하면서 손님 응대를 해봤던 나로서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브랜드의 매대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었던 타 브랜드의 다른 기간제 아르바이트생들과 많이 친해졌다. 나이대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또래였기 때문에 시간대가 맞으면 같이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먹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매우 쉽게 친해졌다. 일주일의 플리 마켓을 끝나자마자 거의 빠르게 아르바이트 급여는 입금이 되기도 했고, 일적으로 관계가 트이다기보다는 각자 단기 아르바이트로 온 입장이다 보니 서로 깐깐하게 굴 것 없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다행히 아르바이트로 써준 그 브랜드의 팀장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플리마켓이 있을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었다. 하지만 친해져서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매번 그 플리마켓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참여하는 브랜드의 사장님들도 바뀌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는 또래들도 달랐지만 쓸데없는 깊은 관계를 트지 않고도 다양한 사람과 가벼운 대화나 관찰 대상이 많은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근데 그곳도 겉으로는 즐겁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자주 나가다 보니 느낀 것은 역시나 사람이 모인 곳은 다 비슷 비슷하다였다. "

작가의 이전글 길들여지고 싶지 않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