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안 돼서> 6편
2021년 12월 18일의 일기
한 번만 더, 딱 한번만 더 해보자.
그러고도 더이상 시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 그때 그걸 '실패'라고 명명하는 거겠지.
난 내가 가진 에너지를 이렇게 다 쓰고나서야
실패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한다.
실패한 사랑, 실패한 취업, 실패한 꿈, 실패한 관계.
이렇게 내가 실패했다고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했던 모든 노력을 놓아버리고
나를 미워하다가, 남을 미워하다가
하나님도 미워하다가 시간을 보냈다.
이제야 '그래. 이건 실패한 거야.' 하고 인정한다.
상담사 선생님이 내게 다시 시도해보라고 권할 줄 알았다.
아직 젊다고, 더 해봐도 된다고 말할 줄 알아서 잔뜩 쫄아있었다.
너 그렇게 포기했다가 나중에 후회해.
그러니 바보같은 생각말고 다시 시작해.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 당신이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다 사용한 거 같아요.
앞으로 그 길을 가는 건 세 배, 아니 네 배 이상 더 힘들 거예요.
예상치 못한 말들이 나왔다.
'얼마나 힘들었니?'
한마디에 대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
이야기를 듣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상담을 받겠다고 했나보다.
어린시절 꿈이었다면서요.
10년도 더 됐죠.
당연히 금방 괜찮아지지 않을 거예요.
그건 시간이 흐르기를, 마음이 괜찮아지기를 바랄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아, 이렇게 실패를 해도 괜찮구나.
점점 받아들인다. 아직은 쉽지 않다.
기사나 뉴스를 보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고 자꾸만 눈물이 난다.
근데 선생님은
망각은 신이 주신 축복이라고.
인간은 언젠가는 잊게된다고 했다.
영은씨 인생의 첫 좌절이어서 힘든거라 했다.
얼른 시간이 흘러 에너지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난 잘하고 있어.
잘 실패했어.
나는 폭풍을 만나고 다시 안정을 찾은, 순항 중인 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