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 씨는 착하고 바른.. 그런 사람 같아요. 어떤가요?"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인데 15분 만에 듣고 말았다. 겨우 나를 15분 봤으면서!!!!! 나보고 착하다고 말하는 면접관에게 나는 별다른 대꾸를 못했다.
난 이렇게 태어났다. 착하다, 참하다, 착해 보인다, 순하다 요런 말을 듣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써왔지만 실패했다. 대학교 입학했을 땐 화장도 짙게 해 보고 괜히 안 어울리는 옷도 입어보고 성형도 알아봤었지만...이건 외모 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서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하나의 성격만 가지고 있을까, 이런모습 저런모습 있다는 걸 인정하기도 했다. 이제 내가 어떻게 비칠까? 에 대한 고민을 벗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면접장에서 이런 질문을 맞닥뜨리니 말문이 막혔다.
어렸을 때부터 기자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기자는 근성도 좀 있고 강해야지"라고 나한테 말했다. 그게 꼭 "넌 기자 감이 아니야"라는 말인 거 같아서 속상했다. 지금은 그 말을 믿지 않아! 라고 하지만 조금은 믿었나보다. 면접관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속상했다. 전형이 다 끝나고 면접관 중 한 분이 내게 피드백을 줬는데 "다음엔 더 자신감 있게 하라"라고 했다. 난 정말 자신있는 태도가 뭔지 잘 모르겠다..
같이 면접을 봤던 언니는 절대 그게 나쁜 말이 아니고 내 이미지가 잘 각인된 거라고 했다. 맞다 그래도 이미지가 있다는 거 자체가 다행인 거니까. 그리고 착하다는 말을 나쁜 뜻으로 쓰는 사람은 없다고. 근데 그 말이 그냥 내게, 고칠 수 없는 무언가를 고치라고 하는 거 같아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다. 외모도 내 느낌도 내가 말하는 방식도 내 생각도 내가 잘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호탕한 성격, 화끈한 성격, 기가 세 보이는 외모 같은 것들은 내가 욕망해도 내게 오는 것들이 아니다.
최종 탈락 문자를 받은 날 공교롭게 나는 일을 시작했다. (아주 의외의 일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나는 그냥 나이면 좋겠다. 괜히 어떤 모양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나대로. 그리고 기자가 꼭 술 잘 마셔야 되는 것도 아니고 호탕하고 화끈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어디서 들었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