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아 Jun 09. 2021

그냥 착하게 태어난곤뎅 똑땅해 힁힁

"영은 씨는 착하고 바른.. 그런 사람 같아요. 어떤가요?"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인데 15분 만에 듣고 말았다. 겨우 나를 15분 봤으면서!!!!! 나보고 착하다고 말하는 면접관에게 나는 별다른 대꾸를 못했다.


난 이렇게 태어났다. 착하다, 참하다, 착해 보인다, 순하다 요런 말을 듣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써왔지만 실패했다. 대학교 입학했을 땐 화장도 짙게 해 보고 괜히 안 어울리는 옷도 입어보고 성형도 알아봤었지만...이건 외모 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서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하나의 성격만 가지고 있을까, 이런모습 저런모습 있다는 걸 인정하기도 했다. 이제 내가 어떻게 비칠까? 에 대한 고민을 벗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면접장에서 이런 질문을 맞닥뜨리니 말문이 막혔다.


어렸을 때부터 기자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기자는 근성도  있고 강해야지"라고 나한테 말했다. 그게  " 기자 감이 아니야"라는 말인  같아서 속상했다. 지금은  말을 믿지 않아! 라고 하지만 조금은 믿었나보다. 면접관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속상했다. 전형이  끝나고 면접관   분이 내게 피드백을 줬는데 "다음엔  자신감 있게 하라"라고 했다. 난 정말 자신있는 태도가 뭔지 잘 모르겠다..


같이 면접을 봤던 언니는 절대 그게 나쁜 말이 아니고 내 이미지가 잘 각인된 거라고 했다. 맞다 그래도 이미지가 있다는 거 자체가 다행인 거니까. 그리고 착하다는 말을 나쁜 뜻으로 쓰는 사람은 없다고. 근데 그 말이 그냥 내게, 고칠 수 없는 무언가를 고치라고 하는 거 같아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다. 외모도 내 느낌도 내가 말하는 방식도 내 생각도 내가 잘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호탕한 성격, 화끈한 성격, 기가 세 보이는 외모 같은 것들은 내가 욕망해도 내게 오는 것들이 아니다.


최종 탈락 문자를 받은 날 공교롭게 나는 일을 시작했다. (아주 의외의 일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나는 그냥 나이면 좋겠다. 괜히 어떤 모양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나대로. 그리고 기자가 꼭 술 잘 마셔야 되는 것도 아니고 호탕하고 화끈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어디서 들었다... 쳇

작가의 이전글 꿈을 가져줘서 고마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