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3
어머니가 발을 다쳐 수술을 하는 사이 고추 심을 시기가 되었다.(고 이웃밭 아저씨께서 말씀해주셨다.) 아저씨가 도와주신다하시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만한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간 밭에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고추모종과 고추대까지 구매하신 이웃밭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서둘러 고추 모종을 심었는데 역시 부부의 내공은 엄청난 것! 내가 낄 새도 없이 두분이서 후다다닥 심으셔서 나도 덩달아 물을 퍼다나르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먼저 홈을 파고 물을 붓고 고추 모종을 심는다. 흙을 살짝 덮고 고추대를 꽂아 끈을 8자로 묶는데, 그 이유는 고추 모종이 고추대에 닿아 익으면 안되기때문이다. 아주머니와 할때는 잘 했는데, 이후에 혼자 심었던 아삭이 고추의 8자 끈이 나중에 보니 흘러내려서 다시 묶어줘야한다. 이번주 할 일 추가요~
두분 덕분에 30분도 안걸린 것 같은 고추 모종심기. 고추는 약을 쳐야하는데, 두분 밭에 약 치면서 우리것도 해주신다며 올해 고추 먹게 해주신다는 말을 하셨다. 두분의 도움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잘 돌봐야되겠다.
이 날의 메인 할 일은 바로 이름표 꽂기!
이름표의 글자는 첫째, 둘째 조카가 나눠서 썼다. 삐뚤빼뚤한 귀여운 글씨.
지금은 살아남지 못한 작물들도 있고, 잘 자라고 있는 작물들도 있다. 실패했나 싶었는데 어느날 잘 자라는 작물도 있고, 잘 자라나 했는데 죽은 작물도 있다.
나라는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이제는 30대가 넘었고 다양한 경험들을 했으니 성숙해졌겠지 했는데, 작은 일에 욱하며 아직 미성숙한 나를 보게 된다. 이제 이 정도 일에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가시를 세우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작물도 물을 주고, 약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해주듯이 내 마음도 끝없이 돌봐주어야 한다.
그리고 상처는, 아픔은, 힘듦은 민들레 홀씨처럼 후 불어 날려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