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비가 내리고 난 후 땅이 물을 머금었을 때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워야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우리 가족은 600평 땅을 촘촘히 농사지을 자신이 없어 이랑을 넓게 만들기로 했고, 고랑이 좁으면 다니기가 불편하다는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이랑 넓이만큼 고랑을 넓게 만들었다. 이랑을 넓고 높게 만드니 고랑을 깊이 팔 필요가 없어서 조금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이랑 작업은 큰이모부가 처음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셨는데, 끈으로 라인을 딱 잡고 착착 하니 반듯하게 일자로 이랑이 잡히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쇠스랑으로 윗면을 사악- 평평하게 만드시는데 모난 부분 없이 티라미수 케이크마냥 부드러운 모양으로 나오는것도 신기했다.
내가 만든 이랑은 삐뚤빼뚤 한 것이 아마 내 마음이 삐뚤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이리저리 삽질을 해가며 겨우겨우 일자를 만드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속마음을 들켰다면 얼른 다듬어 줄 것
2022.04.03
먼저 흙을 돋우고, 쇠스랑으로 양쪽을 번갈아가며 흙을 다듬어 준다. 그리고 땅 속에 묻혀있던 비닐을 발견하면 꼭! 최대한 제거해야한다. 예전에 썩지 않는 비닐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뽑아도 뽑아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썩지 않는 비닐을 사용하지 말것
작물 수확 후 꼭 비닐을 제거할 것
2022.04.03
이랑은 잘 다듬은 후에는 비닐을 덮어주는데, 혼자서 비닐 덮는 요령은 이웃 아저씨께서 알려주신 대로 조금 펼치고 흙을 뿌리고, 또 조금 펼치고 흙을 뿌린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뒤집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삽으로 비닐 끝을 묻어주면 더 좋다. 그리고 난 후 양쪽 끝을 잘 여민 후에 꼼꼼하게 비닐 끝을 잘 묻어준다. 이랑이 높고 고랑이 넓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0살, 8살 조카들과도 함께 이랑 작업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조카들이 한 곳을 또 손봐야해서 두번 일하는 것 같아 더 힘든 느낌이었다. 그런데 막상 혼자 해보니 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지 알것 같았다. 비닐 끄트머리라도 잡아주는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투정 안부리고 조막만한 손으로 삽질을 하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쭈찌니야, 이모가 사..사.. 격하게 아낀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이랑작업.
600평 밭에 작물이 다 심어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