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윤아 Oct 31. 2023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불면증이 불쑥 찾아왔다. 음악을 좀 듣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다. 나는 오늘 잠이 안 오는 이유를 알고 있다. 늘 그렇듯 해결책은 내 안에 있다.


 나의 문제는 불안과 진실.


가끔 불안과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메시지 알람을 꺼두기도 하고 메일함을 읽지 않은 채로 두기도 한다. 무언가 마주하는 순간 말려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을 벗어난다 한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난 극단적인 상황에서 도망가 버리는 버릇이 생겼다.


스스로 벼랑 끝에 서있다고 느낄 때면 끊임없이 되묻는다.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


지금 직면한 문제가 도망의 문제인지, 극복의 문제인지가 명확하면 해결 방법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나는 살면서 주로 도망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피하는 것도 결정이라면 결정이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했다. 나는 회피형 인간이었던 것이다.


주말에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려 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책 내용 중 패턴에 관한 내용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어떤 패턴이든 일단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 사람은 어디서나 같은 패턴으로 문제 상황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패턴을 본 뒤에야 자연스럽게 변화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작가는 ‘인생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라고 불렀다. 내 패턴은 도망가는 쪽이었다. 용감한 척하면서 사실은 진실을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고 있었다는 것을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됐다.


어려움 혹은 위기 앞에서 어떻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자. 도망치거나 수수방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돼보자.


책은 나에게 이런 교훈을 주고 있었다. 마치 내가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을 아는 것처럼. 나를 들여다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이유가 있다.


다음에 이어진 [인생 5장]이라는 시는 패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짧은 시에 많은 말이 담겨 있다. 모두들 한 번씩 생각할 시간을 갖길 바라며 시로 마무리한다.


---------------------------------------

제1장

큰길을 걷고 있었는데 인도에 깊은 구멍이 하나 있어서 빠져 버렸다. 길을 잃었다. 절망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많은 힘을 들여서 겨우 기어 나올 수 있었다.


제2장

같은 길을 걷고 있었는데 인도에 깊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는 못 본체 하다가 또다시 빠졌다. 나는 내가 같은 곳에 빠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내 탓이 아니다. 다시 한번 기어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3장

같은 길을 걷고 있었는데 인도에 깊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는 그것이 거기에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래도 떨어졌다. 이것은 습관이다. 나의 눈은 떠 있었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것은 내 잘못이다. 나는 즉시 기어 나왔다.


제4장

같은 길을 걷고 있었는데 인도에 깊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는 길을 돌아서 지나갔다.


제5장

나는 다른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말을 할까? 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