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윤아 Oct 28. 2023

착하다는 말의 의미

착하다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정의되는 말일까?


“이해? 양보? 배려? “

사전적 정의는 이렇게 되어 있다.


착하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최근 친구에게 본인이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착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알면 잘하라고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나는 착한 사람도 아니지만, 착하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나는 선택적 착함을 취하는 사람이다. 비교적 자기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화를 내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생각에 갈등은 피하는 편이다. 양쪽이 불같이 화를 내면 상황이 더 커지기 때문에 나는 주로 한 템포 참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이런 나의 성향이 착함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착하다는 말의 이면에는 만만하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나의 의도대로 상대를 조종하기에 가장 좋은 말이 될 수 있다. 너는 착해서 이해해 줄 거니까, 너는 착해서 화를 내지 않을 거니까, 너는 착해서 내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거니까. 그 점을 이용해서 함부로 하려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역시나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매몰차다느니, 냉정하다는 그런 말을 늘어놓으며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내가 말하는 선택적 착함은 여기서 구분된다. 내 시간, 나를 희생해서 상대를 위하는 것은 철저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사람에 대해 호불호(?)가 강하고, 맞지 않는 사람은 바로 선을 그을 만큼 냉정함을 가지고 있다. 나를 포함해 타인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는 나도 똑같은 자세로 대응한다. 그래서 내가 종종 듣는 말도 “보기와 다르시네요.”라는 말이다. 아빠를 닮아 처진 눈꼬리가 착해 보이는 선입견에 숟가락을 얹는 것 같다. (내 생각인가…ㅎㅎ)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착하기만 하면 호구가 되는 세상이다.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할 말을 해야 대접을 받는 세상이다. 착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른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친구는 너니까 내가 이해하고 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누구에게나 그런 게 아니라 너라서 그런 거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진정한 내 사람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에도 버튼이 존재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