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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Dec 05. 2023

나의 오두막

책 읽는 공동체 속에서

초등학교 도서관 꿈책 선생님들이 작은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아침 독서를 위해 만든 동아리입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그림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기에 앞서 어떻게 읽을지 배우러 시냇가를 찾았습니다.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은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 관장인 '시냇가'입니다.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르며 높임말을 쓰지 않는 시냇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매력입니다. 우리는 첫 그림책으로 로이크 푸르아사르가 쓴 《나의 오두막》을 읽었습니다.


깊은 숲에 작은 오두막이 있습니다. 그 오두막은 너무 작아 멀리서는 찾을 수도 없습니다. 오두막을 둘러싼 둥근 나무들이 마치 지하철에서 나오는 빽빽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한 남자가 용기를 내 숲을 비집고 들어가 오두막을 찾았습니다. 그곳에는 곰 친구와 푸른 지붕의 아담한 오두막 한 채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작은 오두막을 깨끗이 정리하고 평화로운 낮과 밤을 지냅니다. 곰 친구는 먼발치에서 그를 바라봅니다.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는 오두막을 깨끗이 정리해 곰 친구에게 돌려줍니다. 오두막은 이제 다시 숲의 오두막이 되었습니다.


시냇가는 우리에게 각자의 오두막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엄마들 모두 자신만의 오두막이 있었습니다. 별명이 햇살인 저는 책과 도서관이라고 답했습니다. 철학자, 과학자, 심리학자들의 책 속에서 읽는 자연과 삶의 통찰이 저를 설레게 합니다. 생각 조각들을 모아 만든 글을 곱씹다 보면 흐뭇한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그림책의 남자가 오두막을 돌려주었듯, 저는 누구에게 나의 오두막을 돌려주어야 할까요. 제 오두막을 좋아해 줄 이들이 과연 있을까요. 나를 내어주고 엄마로 살아가는 내내 고민 중입니다.

 누군가는 엄마가 되기 전 관객의 함성과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애써 잊고 있던 오두막이 바로 그 무대였음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의 고백에 나 또한 엄마이기 전으로 돌아가 함께 울었습니다.
 



어느 인지학자가 말했습니다. 우리에겐 적정한 삶이 필요하다고.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기만 하면 안 되는 세상이라고. 적정한 만족감과 적정한 멈춤이 없으면 길 잃은 인생을 살게 된다고. 그런 의미에서 잠시 쉬어갈 오두막은 적정한 삶을 위한 지혜이며, 우리에겐 각자의 오두막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나의 오두막을 타인과 나눌 수 있다면, 많이 가지고 더 멀리 뛰려 애쓰기만 하는 우리에게 적정한 삶이 펼쳐질 겁니다.




어린아이들만 읽는다고 생각했던 그림책 한 권이 저를 무수한 생각으로 이끌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는 그림책으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그림책이 이렇게 철학적이었나 싶습니다. 학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려 시작했던 작은 동아리는 '그림책 읽는 엄마' 3기로 조금 더 발전했습니다. 시냇가와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만 생각하는 엄마에서 한 개인인 '여자'로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도서관의 책과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의 향기가 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도서관은 수많은 책이 모인 곳입니다. 도서관에 정리된 책이 다양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찾습니다. 세상의 온갖 지식을 담은 곳. 도서관은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목소리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그 속에 경계나 비난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다양한 시선의 하나로 바라보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공동체는 더 발전하지 않을까요. 도서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일. 그 가운데 우리의 오두막도, 우리 아이들의 그림책도 함께 나누어지길 소망해 봅니다.




올 한 해 시냇가에 햇살이 반짝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흔들리고 일렁이던 제가 반짝일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배울 수 있다는 용기,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려준 시냇가에 햇살의 작은 고백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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