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인터넷에서 찾아놓고 차례대로 가보기로 했다. 몇 명이 같이 가면 더 좋지만 시간 맞추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사진 찍는 시간은 일출 후에 한 시간이 알맞았다. 사진이 아주 좋은 빛으로 나오는 이 시간을 놓치기 아쉬웠다. 그래서 종종 아침 6시에 카메라 장비 챙겨서 혼자 출발하곤 했다. 그런데 오전 10시 정도 천천히 함께 가면 이미 해가 높이 떠오른 시간이라서 사진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됐다.
그리고 또 사진 찍기에 적합한 시간은 해가 지는 일몰 전후의 한 시간이었다. 사진에 그 시간의 모습이 아주 잘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렇치만 그 시간을 딱 맞추기란 어렵기에 일찍 가서 기다리기 일쑤였다. 오후 시간을 다 소비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사진 찍기에 적당한 시간은 많이 기다려야 했다.
인터넷에서 한 장소를 알고는 며칠 동안 날씨 등등 확인한 후에 주말 아침에 혼자 카메라 장비와 출발했다. 출발해서 막히지 않고 30분쯤 후에 도착했다. 40도 정도 경사 언덕 위에 절이 있고 그 옆에 주차장이 있었다. 한산하고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주차장부터 걸어서 경사길 솔밭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름이지만 혼자 아침 7시쯤이었다. 그런데 솔밭길을 오르고 나서 포장이 된 가파른 오르막이 또 나왔다. 순간 내가 여기를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마치 꽃게 걸음으로 살살 올라가는 발길을 내디뎌보았다. 등산도 잘 못하는 어정쩡한 발걸음이 그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보니 길이 숨어버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가파른 길 뒤를 돌아보니 말끔한 논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꽃게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겨서 가는데 두려움이 생겼다. 올라가는 20분 내내 아무도 없었다. 누가 나타나면 도리어 무서울 것 같았다. 올라가면서 카메라가 들어있는 배낭과 삼각대 가방을 꽉 손에 든 채 어디쯤일까를 반복했다. 사진 찍으려고 주말 아침 일찍 한산한 시간을 선택하긴 했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으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그리고는 경사가 가파르고 또 길의 커브가 팍 꺾인 돌이 많은 경사길에 도착하니 드디어 내가 찍으려는 풍경이 보였다. 똑바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의 경사와 의지 할 곳도 없는 그 길에 서서 나는 사진을 찍었다.
몇 장을 찍고 나니 내려갈 일이 태산 같았다. 목적을 끝내고 나서 다시 카메라가 들어있는 배낭을 어깨에 둘러메고 삼각대 가방을 움켜쥐고는 꽃게 걸음으로 걸었다. 왜냐하면 똑바로 걸어서 내려가려 해도 경사가 너무 급했다.
이렇게 생긴 길이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왜 없을까?
주말 이른 아침이라서 일까?
혼자서 속으로 중얼중얼 거리며 옆으로 옆으로 걸어서 걸어서 올라갔던 길을 겨우 내려와서 보았다.
절의 모습은 잘 보였지만 그곳도 인기척이 없었다. 사진 몇 장 찍고 차를 가지고 내려가려니 올라왔을 때 보다도 더 어려웠다. 왜 차를 가지고 올라왔을까? 아래쪽에 주차장에다 세울 것이지...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겨우 가파른 언덕을 브레이크 밟고서 내려오니 숨을 몰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