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으로 사진 찍을 겸 여행을 갔었다. 봉평 허브나라 농원에 들러서 잘 가꾸어진 허브농원을 보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도 보고서 평창 휘닉스파크 콘도 숙소에서 쉬었다. 저녁에는 근처를 산책하며 잘 정리된 cabin캐빈과 tent텐트들이 눈에 띄었다.
나무들이 많아서 신선한 공기도 좋고 걸으면서 초록을 많이 보고 경험했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보고 지친 일상에 필요한 시간인듯했다. 그 시간을 느긋이 즐겼다.
다음날 오대산 월정사에 들러서 사진도 찍고서 월정사 전나무숲도 걸어보고서 대관령 삼양목장으로 갔다. 양몰이쇼에 시간 맞춰온 듯 30분 후 1시에 양몰이 쇼가 있다는 안내를 받고 입장권을 구매했다. 그런데 비가 올 것 같은 구름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었다. 비가 오더라도 비를 피할 곳이 없다는 안내도 있었지만 우산도 없이 사진 찍겠다는 일념으로 셔틀버스를 탔다.
산길로 7분 정도 비포장도로를 올라온 버스를 내리니 잔디가 있는 낮은 언덕에 스탠드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양몰이쇼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양들이 몇 마리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후에 보더콜리를 4바퀴 오토바이에다 태우고 나온 안내를 하는 분이 보더콜리를 마이크로 소개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뛰어내려왔다. 쏜살같이 한 바퀴 돌며 관중에게 모습을 보이고 다시 올라갔다.
사람들에게 보더콜리가 스스로 존재를 알리는듯했다. 또 함께 타고 나온 한 마리의 사냥개처럼 생긴 큰 개는 접시를 날리고 받아오는 등 쇼를 보여주었다. 관람객을 위한 퀴즈와 상품 전달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안내인의 신호에 따라 보더콜리가 양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쏜살같이 이리저리 양들을 몰기 시작했다. 양들이 보더콜리한테 꼼짝 못 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리 위로 건너서 양들을 모두 올라가게도 한 후에 내려오게도 보더콜리가 했다. 네모난 박스 안에다 양들을 몰아넣기도 했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놓치고 마는 장면들이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자신보다 몸집이 더 큰 양들을 어떻게 쉽게 통솔하는지 의문점이 생겼다. 사진 찍을 새도 없이 10분 정도 지나고 쇼는 끝났다는 안내 맨트가 들렸다. 양들과 보더콜리가 빠르게 움직이기에 사진 찍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1시간 30분 후에 다시 양몰이쇼가 있다고 하고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는 듯했다. 아쉽기도 하고 오기도 어려운 길이었다.
보더콜리를 얼마 동안 훈련과정을 거치면 저렇게 될까? 일이 다 끝났다는 듯 다시 4바퀴가 있는 오토바이 위에 올라온 보더콜리는 안내인이 주는 물을 목마른 듯 벌컥벌컥 먹는 모습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보더콜리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었다.
보더콜리가 지능 높고 끈기도 있고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또한 다른 목양견처럼 작은 동물을 몰고자 하는 경향이 있고 행동이 민첩하고 활동적이라서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키워야 한다고 들었다. 아무튼 그날 그 보더콜리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빗방울 떨어지는 흐린 날씨가 아니었더라면 기다렸다가
그 양몰이하는 보더콜리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