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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ug 21. 2016

당진, 시간을 걷는 곳 #1

당신 곁을 따라, 시간과 함께


바다가 보고 싶었다. 

내게 안식처이자, 평온이자, 나의 근원인 ‘물’이 그리워 떠난 길.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내 안의 ‘질주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첫 발길이 머문 곳에서, 묵상     
  

늦은 오후, 햇살이 내리꽂는 ‘솔뫼 성지’ 안 예수님 십자가.

그 아래에,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왜 이 곳으로 이끄셨는지, 왜 나를 이렇게 살게 하시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매번 담금질을 하시는지, 그 이유도 물었다.

미약한 이 삶을 언제까지 끌고 가야하는지,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건지도 물어 보았다.   

  

생명주신 그 분께, 어디선가 지켜보고 계실 그 분께.     


십자고상 아래에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다 뒤돌아 보다

       

         침묵의 기도          

삶의 모든 궤적이 그러하듯, 슬픔과 아픔 이면엔 또 다른 기쁨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대책없는 믿음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니까. 

실오라기 같은 희망만으로도 하루를 더 견디고 버티고, 또 살아낼 수 있는 거라 생각하니까.     


하릴없이 답을 기다리다, 석문방조제로 발길을 돌려 다시 달렸다. 

어디서든, 어느 때든, 예기치 않을 때 문득, 답을 주시는 분이니.  

 

      석문방조제에서      

만조기의 서해바다는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 아래 검푸른 등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일렁임을, 그 자태를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한 탓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10km가 넘는 방조제 위에서,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한참동안.     


햇살, 바다, 그리고 바람
방조제에서 바라본, 서해 저녁하늘


아쉬운 일몰

해가 뜨고 지는 곳, 왜목마을까지 달려가 만난 저녁 태양은, 내가 그 곳에 도착할 때 즈음, 구름 낀 잿빛 하늘에 가려 이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핏빛 기운이 가신 그 자리에 남은 건, 진한 아쉬움과 빛을 등진 내 그림자뿐.     


석문산 인근에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햇님, 나빠!


     하루 묵어갈, 나만의 공간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길을 달려, 오늘 머물 곳을 찾아가는 동안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았다.    

 

가로등이 없는 시골길을, 그것도 꼬부랑꼬부랑 산골길을 한참 달렸다.      


그러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몇 번 길을 잘못 들기도 했고, U턴을 해야하는 상황에선 논두렁에 차가 빠지는 건 아닐까 싶어, 잔뜩 긴장한 채로 어찌어찌하여 도착한 나의 쉼터, 한옥민박집.   

  

짐을 내려놓자마자, 친히 마중나와 주신 주인어르신과 한참을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살아오신 이야기, 이 곳 당진에 뿌리내린 이야기, 그리고 천주교와의 인연까지.      


그 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은혜를 갚으며 살고자 하시는 ‘섬김의 철학’에 감탄하여 몇 번 소름도 돋고 감동하면서 그 분의 행복바이러스에 서서히 전염되어갔다.    

 

게다가 이 넓은 민박집에 머무는 이가 나 혼자라서, 이 곳을 전세내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차츰 물들기 시작했으니.


그러한 이유로 다음날 새벽 일정인 왜목마을 일출 계획을 접고, 툇마루가 있는 방에 누운 채로 이 곳의 고즈넉함을 만끽하기로 결정.  

   

(2편에서 계속)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한옥. 내 안에도 분명, 한옥을 좋아하는 DNA가 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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