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을 따라, 시간과 함께
바다가 보고 싶었다.
내게 안식처이자, 평온이자, 나의 근원인 ‘물’이 그리워 떠난 길.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내 안의 ‘질주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첫 발길이 머문 곳에서, 묵상
늦은 오후, 햇살이 내리꽂는 ‘솔뫼 성지’ 안 예수님 십자가.
그 아래에,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왜 이 곳으로 이끄셨는지, 왜 나를 이렇게 살게 하시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매번 담금질을 하시는지, 그 이유도 물었다.
미약한 이 삶을 언제까지 끌고 가야하는지,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건지도 물어 보았다.
생명주신 그 분께, 어디선가 지켜보고 계실 그 분께.
침묵의 기도
삶의 모든 궤적이 그러하듯, 슬픔과 아픔 이면엔 또 다른 기쁨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대책없는 믿음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니까.
실오라기 같은 희망만으로도 하루를 더 견디고 버티고, 또 살아낼 수 있는 거라 생각하니까.
하릴없이 답을 기다리다, 석문방조제로 발길을 돌려 다시 달렸다.
어디서든, 어느 때든, 예기치 않을 때 문득, 답을 주시는 분이니.
석문방조제에서
만조기의 서해바다는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 아래 검푸른 등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일렁임을, 그 자태를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한 탓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10km가 넘는 방조제 위에서,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한참동안.
아쉬운 일몰
해가 뜨고 지는 곳, 왜목마을까지 달려가 만난 저녁 태양은, 내가 그 곳에 도착할 때 즈음, 구름 낀 잿빛 하늘에 가려 이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핏빛 기운이 가신 그 자리에 남은 건, 진한 아쉬움과 빛을 등진 내 그림자뿐.
하루 묵어갈, 나만의 공간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길을 달려, 오늘 머물 곳을 찾아가는 동안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았다.
가로등이 없는 시골길을, 그것도 꼬부랑꼬부랑 산골길을 한참 달렸다.
그러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몇 번 길을 잘못 들기도 했고, U턴을 해야하는 상황에선 논두렁에 차가 빠지는 건 아닐까 싶어, 잔뜩 긴장한 채로 어찌어찌하여 도착한 나의 쉼터, 한옥민박집.
짐을 내려놓자마자, 친히 마중나와 주신 주인어르신과 한참을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살아오신 이야기, 이 곳 당진에 뿌리내린 이야기, 그리고 천주교와의 인연까지.
그 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은혜를 갚으며 살고자 하시는 ‘섬김의 철학’에 감탄하여 몇 번 소름도 돋고 감동하면서 그 분의 행복바이러스에 서서히 전염되어갔다.
게다가 이 넓은 민박집에 머무는 이가 나 혼자라서, 이 곳을 전세내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차츰 물들기 시작했으니.
그러한 이유로 다음날 새벽 일정인 왜목마을 일출 계획을 접고, 툇마루가 있는 방에 누운 채로 이 곳의 고즈넉함을 만끽하기로 결정.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