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K Sep 25. 2016

화살기도

그 곳에, 그 분께 닿기를

화살기도 : 일상 중 어느 때나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순간적으로, 간단하게 바치는 짧은 기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끝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심장이 타는 듯 녹아내리고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바싹 말라 재가 된다고 해도

가야만하는 길이라면 기꺼이 가겠습니다.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온 마음이 산산조각이 나고 부서져 먼지만 남아도, 

바람에 흩날려 흔적을 찾기가 어렵더라도

하늘 아래 내가 살아있음을 끝까지 외치겠습니다.

생살을 떼어내는 아픔이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일시적으로 내 분신을 잃더라도, 언젠가 내게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

그 믿음을 심장에 아로새길 것입니다.     


두려움이 절망을 타고 새어들면

방독면처럼 제 곁에 든든히 계셔줄 것임을,

숨이 막혀 심장이 터져버리려 할 때

잠시 숨 돌릴 틈으로, 드넓은 당신 어깨 한 자락에 기댈 것입니다.     


순간순간, 할부로 빚진 목숨값은 

다시 돌아가는 그 날, 

일시불로 갚겠습니다.          




인생 굽이굽이, 길목을 돌아나가는 길에 복병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게 어떤 문제이든, 상황이든, 사람이든, 계획에 없던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 당황스럽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런 때를 대비하여 일상 속에서, 또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비빌 언덕’으로, 하느님께 짧지만 굵은 기도, 즉 화살기도를 드립니다. 

      

독실한 카톨릭신자는 아니지만, 태어나 세 살 무렵 세례를 받은 후 지금까지 하느님 그늘 속에 살아왔기에 그 울타리 내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굳이 인식하지 않아도,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나는 그분의 딸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내 마음같지 않은,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상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눈앞에 시현될 때마다 높은 곳에 계신 분께 기도 한자락을 드리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습니다.  

   

보통, 부모님께 “제가 알아서 할게요. 지켜봐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듯, 하느님께도 화살기도를 드리면서 힘을 얻습니다.     


기도를 드리면, 생채기가 나 곪아가는 상처에 ‘호~’하고 따뜻한 입금을 불어넣어 주시는 느낌, 그 느낌이 문득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뾰족뾰족 날선 감정이 스르르 한풀 꺾이고 단단하게 굳어버린 석고같은 심장에 사르르 피가 돌고 있다는 찌릿한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그게 음악이든, 책이든, 글이든, 또 다른 사람이든, 그 분의 명확한 뜻은 알 수 없어도 무심한 듯 챙겨주시는 것처럼 그렇게 어딘가에서 ‘위로 한 자락’이 날아듭니다. 

    

그 위로 덕에, 흙투성이 바닥에 무릎을 박지 않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에 조금 더 힘을 실어 한발한발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최악의 해로 시작한 2016년, 석달 남짓 남은 올해를 ‘최선의 해’로 끝맺음하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기도 속에 허물어지는 마음을 다잡고,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약해지지 않고, 강하게 살아남아 그 분께 돌아가기 전까지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면서 ‘사람답게, 행복하게, 의미있게, 감사하면서’ 살아가야지 다짐합니다.  


언젠가 뒤돌아 보았을 때, 오늘을 살아간 내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날개 달고 날아가, 그 곳까지 닿길~ (사진출처@facebook)




매거진의 이전글 고맙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