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힐링 포인트
나이가 들면서 노련해지는 것 중 하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틈새 시간'을 포착해내고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기술인 것 같다.
그 기술이라는 건 어찌 보면,
언제 어디서든, 그 어떤 경우에도,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그 순간을 만끽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점심식사는 가볍게 건너뛰고 회사 인근을 산책하며 벚꽃의 향연을 만끽한다던가,
구석진, 한적한 카페를 찾아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나만을 위한 점심시간을 향유한다던가,
퇴근길, 갓길에 잠깐 정차를 한 채 어스름한 ‘개와 늑대의 시간’을 즐긴다던가,
야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원효대교를 비추는 달빛의 환한 기운을 마음껏 흡수한다던가.
일상 속, 곳곳에 숨은 에너지 충전소를 찾아내어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게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버팀목이자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삶의 모든 순간, 나를 지켜내는 생명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회사일로 떠나온, 태안 안면도.
오랜만에 만난 서해바다.
반가운 마음에, 30분 주어진 정리·휴식시간을 이용하여 밖으로 나왔다.
인적이 드문, 해질녘 바닷가.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자연스러운 화음을 이루는 순간,
때마침 밀물 때와 맞물려
내 귓가에 ‘찰랑찰랑’ 들려오던 ‘물 들어오는’ 소리.
조금씩 조금씩 밀려들어오는 바닷물,
반 발자국, 한 발자국씩 물러나는 나.
다가서고 물러나길 반복하는 동안, 해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갈매기들이 인근 해변가를 낮게 날고 있었다.
짧지만 달콤한, 진한 사랑을 한 것 같았던 그 시간.
이런 느낌을 물아일체(物我一體)라 하는 걸까.
깜빡거리던 빨간색 에너지 표시등이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이것으로 되었다' 싶었던 그 순간,
하늘, 바다, 파도, 갈매기를 뒤로 한 채 다시 떠나오다.
일상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