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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Jun 05. 2017

내 영혼의 힐링여행, 대만 타이난(Tinan)에서 #1

행복하자 우리, 많이 많이

   Intro     


Everything in the world is connected.

Gods arranged everything for us.     


이 두 문장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었던 대만 첫 여행.  

   

나의 사랑하는 대만 친구와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고, 

우리의 지나 온 삶과 현재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시간들.     


무엇보다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늘 행복하길 기도하면서, 온 마음으로 우리의 남은 삶을 축복했다.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랑과 우정이 충만했던 2박 3일의 여정.   

  

내면의 깊은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었던, 소중하고 잊지 못할 내 인생의 ‘힐링여행’이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시작되었다.      


Life is unexpected    


대만에 도착하던 첫날, 타이베이 시를 포함한 대만 북부지방에는 1975년 이래 최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내가 탄 비행기는 타오위안 공항 위를 한참 동안 선회하다 결국 오키나와 나하 공항으로 회항, 재급유 후 원래 도착시간보다 네 시간이나 늦게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때, 기상악화가 심해질 경우 서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승무원의 말에 잠시 망연자실했었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설렘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공항 출국장에서 7개월 만에 만난 우린, 양팔 벌려 격한 포옹으로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였으나, 지난 2개월간 공들여 계획했던 대만 북부여행(양명산, 스펀, 예류 공원, 지우펀 등)은 폭우 때문에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일정을 남부로 급선회, 고속 기차를 타고 ‘타이난'으로 향했다.   

 

Tinan City     


·(역사) 타이난은 대만 남부에 위치한 옛 수도(1887년에 타이베이로 수도 이전)로서, 대만에서 4번째로 큰 도시. 타이난은 '네덜란드 통치(1624년)-중국 청나라 지배기-일제 식민시대'를 겪으며 변화함. 통치시기별 다양한 건축물과 유적이 존재하며, '좋은 음식의 도시'라 불릴 만큼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함
·(소요시간) 고속기차로 타이베이에서 타이난까지 이동 시, 서울에서 경주 정도의 거리(KTX 기준 약 2시간, 요금도 한화 기준 4만원 정도)
·(인구) 약 200만 명     


타이난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두워진 뒤라서, 미리 예약해둔 일본 덮밥집으로 직행, 그곳에서 제대로 된 첫 식사를 함께 하게 된 우리.       


기차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폭풍 수다는 저녁식사 자리까지 그대로 이어져,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확인하기 바빴다.     


다행히 남부 지방은 비 피해가 없었고, 약간 흐린 날씨에 간간히 보슬비가 내리는 정도였기에, 우린 탁월한 선택을 했다며 얼마나 스스로를 대견해했는지.     


타이난, 자전거 기행     


이튿날 아침, 구름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민 해님에게 환호하며,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이난 탐색에 들어갔다. 

       

우리들의 애마


자전거를 타고 아침 공기를 가르며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던 그 시간.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현지인들 틈에서 이방인이지만 이방인이 아닌 듯한, 현지인은 아니나 현지인 같은 오묘한 경계선을 가르는 느낌 속에 ‘설렘’과 ‘행복’이란 녀석이 있었다.   

  

나 홀로 여행에선 국내 여행조차도 어딜 가나 이방인 느낌이 강했던 반면, 대만 친구와 함께하는 이번 여행에서는 첫 방문이었음에도 대만이라는 나라에, 또 타이난이라는 도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고나 할까.     


대만 친구가 이끄는 대로,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루트를 따라 가지각색의 맛집과 오래된 사당(도교+힌두교+불교가 섞인 특징) 위주로 탐색하는, 흔치않은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대만의 종교     


자전거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관우'를 모시는 사당인 ‘쓰덴우마요(사전무묘, 祀典武廟).’     


사당은 대만 사람들의 생활 속 종교문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 


사당을 들어갈 때 한 가지 원칙은, 문의 위치가 이미 그렇게 만들어져 있긴 하나, 반드시 오른쪽 문으로 들어갔다가 오른쪽 문으로 나오는 것.


쓰덴우마요 사당은 관우상 외에도 시험, 연애, 결혼, 출산 등을 관장하는 신들이 나뉘어 있다. 심지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메신저)도 있었다.    

멀리 보이는 관우상

특히, 인연을 간절히 찾는 이들을 위한 '월하노인'을 모시는 전각은 젊은 미혼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월하노인상
월하노인 전각 입구

전각 입구 빨간 표지판에 기도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대로만 하면, 인연을 만나는 것!

<기도 방법>
(1) 이름, 생년월일시, 주소를 마음속으로 먼저 말하고 이상형을 이야기한다.
(2) 남자 친구를 찾는다면, 월하노인 상을 향해 절만 하면 된다.
(3) 결혼상대를 찾는다면, 월하노인 상에게 절을 한 뒤 붉은 실과 붉은 가루를 하나씩 가져가서 작은 주머니에 넣은 후 주로 사용하는 가방, 베개에 넣거나 몸에 지니고 다닌다.


진한 향 내음 속, 대만친구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찬찬히 사당을 둘러보며 든 생각.

     

대만인들이 생각하는, 일상생활 속 신(God)의 개념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것.  


그들은 시험,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 인생에서 중요 사건을 맞이할 때마다 각 분야를 관장하는 신께 고유 절차에 따라 진심으로 기도하고, 소원이 성취되었을 경우에는 정성을 다해 고마움을 전하는 풍습(일종의 give & take)이 있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토속신앙과 비슷하긴 하나, 대만은 자체 토속신앙이 여러 종교(특히 도교)와 혼합되고 자가발전하여 일상생활 속에 공고하게 뿌리내림으로써 특유의 종교적인 세계관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내 눈엔, 살아가면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그 영역을 관장하는, 그리고 요소요소에 존재하는 여러 신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독특하기도, 또 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원이 성취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믿으며, 이는 인간에 비해 신들이 큰 그림을 보고 장기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매우 신선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신은 편재(omnipresence)하며 나를 둘러싼 신들에게 간절히 소망하는 바를 빌면, 세상 어디든 나와 신들이 연결되어 나를 보호하고 도와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신을 이용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신과 인간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위에서 언급한 give & take 풍습도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었다.     


소원성취 감사의식. 리더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해서 인상적이었다.

대만은 가족문화나 사고방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종교는 그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나서 매우 흥미로웠다.      


일본 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신사처럼, 대만 또한 전통 토속신앙, 도교, 불교, 힌두교 등이 섞여서 고유의, 독특한 제도가 만들어진 듯했다.     


중요한 건, 내 주변에 신들이 항상 임재(presence)하므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언제든 필요할 때 정성을 다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생각.      


그러면 주변에 있는 신들이 내게 귀 기울이고 나와의 소통을 통해 나를 적극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  

   

요즘의 나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했던 도움의 손길을 타이난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약속


우리나라의 8월 날씨 같았던 6월 초의 타이난.


이마로, 목덜미로, 가슴팍으로 흘러내리는 땀에도 불구, 

옆에서 함께 걷는 친구의 숨소리도, 습해서 살갗에 달라붙는 공기조차도 너무 사랑스러웠던 시간.


살아있어서, 이렇게 만날 수 있고 아름다운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 

    

그녀가 내 옆에 있는, ‘함께’라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그 느낌이 순간순간 이 여행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앞서 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든 생각.


1. 사랑하자, 행복하자, 우리. 

이 마음, 네게 가 닿을 수 있길.

내 사랑, 기억해 주길.     


2. 건강하자, 항상.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내길.

언제든 다시 만나면, 시원하고 환한 웃음 한 자락 날릴 수 있게.     


3. 변치 말자, 영원히.

이 우정, 이 마음, 이 사랑, 끝까지 간직할 수 있길.

보이지 않아도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게.     


순간, 목 끝까지 차오르는 알 수 없는 울컥함.  

   

남은 인생, 진정으로 간절히 행복하고 싶은 마음.


지나온 인생, 힘듦은 한 점 남기지 않고 나를 스쳐가는 바람에 다 날려 보내고픈 마음.


살아갈 인생,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좋은 이들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고 싶다는 소망. 

    

바람처럼 살아도, 흩어지고 날아가는 방향이 서로 어긋나진 않길 바라고 싶었다.     

흘러가다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면, 그 순간의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며 살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내 위치를 확인하고자 뒤돌아보던, 활짝 웃던 사랑하는 내 벗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다시 만날 때까지,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지.


봉인(封印).

사랑하는 그녀의 미소를, 이 행복한 시간을, 이 아름다운 공간을

내 가슴에, 내 기억에, 내 심장에.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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