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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Jun 27. 2017

그리움이 된 추억,
아련함으로 피어오르다

떠나자, 다시


여행 후유증일까.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 추억이 되고 그리움의 단계로 넘어가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아련함. 

    

눈을 감으면 그 곳의 풍경이, 친구의 미소가 떠오르고

함께 숨 쉬고 웃던 공간이 홀로그램이 되어 신기루처럼 눈앞에 떠오른다.     


마침, 분무기처럼 흩뿌리던 비와 눅눅한 주변 공기가 멜랑콜리(melancholy) 함을 증폭시켜 나를 가늘고 길게 흔들어댄다.     


약간의 피로감과 함께 우울감, 무력감이 한지에 먹물 퍼지듯 온 몸으로 퍼져나가 알 수 없는 나른함으로 이어질 때.     


지난 여행의 기억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행 후 몰려오는 감정의 플러스, 마이너스 파도를 감당해 내기엔, 아직은 내 그릇이 너무 작기 때문.   

  

방법은 그들이 밀물처럼 몰려올 때 예의주시하다가 스리슬쩍 가볍게 타넘는 것 뿐.     


이 타이밍을 맞추고자 다시 지도를 펴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이란 게,

그 길 위에서 지나온 곳과 현재 머무는 곳을 지나 눈앞에 보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우리 사는 모습 또한 다르지 않음을 이미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저 앞으로 다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직진 본능.     


무엇보다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느 순간, 어느 공간에 내가 ‘존재’하였음을 점찍듯 새긴 후에 

    

그 점을 이으면 ‘발자취’가 되고

그 점을 앞에 놓으면 ‘지향점’이 될 테니까.     


가만히, 작은 발자국 하나 남기고 가고픈 마음.


아름다운 시간을 살아내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픈 마음.


여행을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

아름다운 순간, 서로에게 증인이 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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