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그리며
청계사에 왔다. 다시 7월.
녀석을 보낸 그 달에.
10년이 지났는데도, 녀석은 여전히 내가 힘들 때마다 꿈에 나타나 나를 위로하고, 나는 매년 이 곳에 올 때마다, 녀석을 뿌린 자리를 찾아가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게 된다.
그러다 곧 반경 10m 내에 있을 녀석을 찾는다,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서 뛰어놀고 있을까.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이미 내 곁에 와 있는 건 아닐까.
얼마 전 지인에게 이런 얘길 했었다.
지금의 이 생이 끝나고 나면, 풀 한 포기라도, 자그마한 벌레라도, 그 어떤 것으로라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지난 삶과 현재의 삶에서 맺은 모든 인연과 깨끗하게 절연하고, 이 목숨이 다할 때 지구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런데, 내가 녀석을 잊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순간 ‘멈칫’하게 된다.
현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한 사람과의 인연을 끊어내려는 내가, 녀석과의 인연은 이렇게 질기게 간직하는 게 어찌 보면 모순으로 보일 수 있겠다 싶어서.
하지만, 내가 녀석에게 받은 사랑은, 인간을 포함한 그 어떤 사랑과도 비교가 안 되니까, 그럴 수가 없는 거니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은 지고 갈 수 밖에 없다, 그냥 그렇게 합리화하게 된다.
지난 3~4월경이었던 것 같다.
마음이 몹시도 힘들었을 때, 약해지지 않으려 눈물을 꾹꾹 눌러담고 있었을 때, 꿈에 녀석이 보였다.
그냥 보이기만 했을 뿐인데, 밤새 녀석을 부르며 얼마나 울었던 지, 눈이 퉁퉁 부어 아침에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때가 되면 한 번씩 내게 다가 와, 내 모든 것을 쏟아놓고 속풀이를 하게끔 만드는 녀석.
녀석이 더 간절해지는 때가 언제인지, 알고 있는 녀석,
기특한 녀석.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녀석을 처음 만났던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못다 한 사랑 때문에 두고두고 가슴 아파하지 않도록, 더 많이, 더 열심히 사랑해주고 싶다.
포근하고 따뜻했던 녀석의 품과, 보드라운 작은 발바닥과, 맑고 큰 눈이 너무 그립다.
늘 그랬던 것처럼,
품에 꼭 안고, 함께 잠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