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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Oct 05. 2020

세종대왕의 속사포와 덕담

-‘한글날’을 맞아

만 원권에 그려져 있는 세종대왕

눈만 뜨면 쏟아지는 오늘날의 글을 읽는다면 무엇이라 하실까?
 

역사 전공이지만 자원봉사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가장 최근이고 길게 한 경우는 201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였다. 1978년에 설립된 몬트리올 한인학교는 몬트리올 대학에 교수를 역임한 정영섭 교수가 설립한 학교이다. 그는 캐나다 정부로부터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Order of Canada(국민훈장)을 수상한 분이다.

 

이 학교는 캐나다에 있는 대부분의 다른 한국어 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학점을 취득하는 곳이다. 나는 외국인 성인반을 담당했다. 학생들은 K-pop을 비롯해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사람, 배우자가 한국인인 사람, 한국에서 직장을 가질 사람, 또는 외국어 배우기를 좋아해 한국어도 배우려는 사람 등 다양하였다.  미숙한 나의 영어 발음을 이해하면서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몬트리올을 떠나 2017년 캐나다 밴쿠버에 와서도 자원봉사로 잠시 한국어를 가르쳤다. 나의 전공을 살려 한국의 역사도 적절히 넣어 캐나다의 고등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한국어 습득에 대해 전문적으로 평할 자격도 능력도 내게는 없다.

다만 내가 가르친 외국 학생들은 말하기에서는 존댓말, 쓰기에서는 받침을 어려워하였다.

발음은 ‘으’ 발음을 거의 못했다. 예를 들면 가방을’ ‘우리들을’ ‘의자를 등의 경우다.

 


세종의 한글 창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글은 창제 이래 내내 사용되었고 확산되어 갔다.

많은 책을 언문으로 번역하고 죄수에게 내리는 결안(판결문)을 언문으로 내리는 등 공적으로도 사용되었다.

당대 최고의 선비도 한글의 원리와 장점에는 찬사를 보냈다.


용재총화에 실린 성현의 발언이다.

 

세종께서 언문청을 설치하고 신숙주와 성삼문 등에게 명해 언문을 만들게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말과 글자 중에 기록할 수 없던 것도 모두 통해 막히는 것이 없었다... 비록 무지한 부인들이라 하더라도 분명하게 깨우칠 수 있다. 성인(聖人)이 사물을 만들어내는 지혜는 평범한 사람의 능력으로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성현은 명문가 출신 사대부로서 조선 전기의 내로라하는 학자이며 문학가이다. 그가 자신의 문집에 이처럼 한글을 극찬하였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속담이 있다. 배우기 쉽다지만, 실상 한글을 봐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반증한다. 2000년 이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한 문맹률은 2% 아래를 밑돌 정도로 낮게 나왔다. 한국인 대부분이 일상 생활에서 글자를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이다. 하지만  문장이나 글의 뜻을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은 상당히 떨어진다고 한다. 말하자면 실질적 문맹률은 매우 높은 실정이. 

 

글을 짓는 능력은 어떨까? 글에 표현된 인격을 측정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가끔 쓰레기통에 넣어도 쓰레기통이 오히려 아깝다고 말하고 싶은 글들이 난무함을 본다. 심지어 신뢰와 공정의 상징이어야 하는 뉴스가짜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알 권리에 부응하는 뉴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이 공감하는 댓글, 지독히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요한 소통... 이런 것들이 제자리를 잃으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은 너무나 거칠고 힘든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또 힘들고, 자신도 모르게 심성이 거칠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종은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최만리, 정창손 등에게 그야말로 기관포를 쏘는 것처럼 이를 논박하였다.

실록의 기록이기에 세종의 억양을 들을 수는 없지만, 숨도 안 쉬는 듯이 내 몰 아치는 세종의 반박이 기록되어 있다. 세종이 관료에게 한 말의 핵심은 '임금이 백성을 위해 글을 제작한 것인데 어찌 그르다 하느냐!'라고 반문하였다(1444(세종 26)220).

   

근대 이전, 그것도 15세기 무렵에 역사상 일반 백성의 편리함을 위해 그토록 수고하며 문자를 창조한 국왕이 있는가? 오늘날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치기 전에 세종대왕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속사포처럼 관료들을 나무라며 백성의 편리함을 헤아린 세종의 마음, 그 마음을 기억하며 한 자 한 자 쳐 나가면 어떨까? 


만원권에 인자한 모습으로 그려진 세종대왕, 오늘날의 우리에게 해 주는 덕담을 상상해 본다.

   

그래, 너희들이 한글을 그렇게 잘 사용하고 있구나. 참으로 가상하다.’

 


한글날을 맞아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그림 Seon Choi


                           2017 캐나다 서부지역 한국학교협회 교사 연수에서 한국사 특강 중

※ 인용문은 성현 지음, 김남이 전지원 외 옮김,《용재총화, Humanist, 2015, 366-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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