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솔로몬, 함우치의 판결

-"둘로 나누어 주라."

by SeonChoi

"아이를 둘로 나누어 가져라." 그 유명한 솔로몬의 판결이다.

두 여인이 한 집에서 지내며 삼일 차이로 아이를 낳아 길렀다. 어느 날 밤, 한 아이가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여인은 서로 살아있는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였다. 솔로몬이 신하에게 칼을 가지고 오게 하여 살아있는 아들을 둘로 나누라는 판결을 내렸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전성기의 왕으로서, 지혜의 상징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그의 지혜를 대변하는 판결이 왜 하필 아이를 둘로 나누어 가지라는 실행할 수 없는 판결일까. 그 까닭은 이 판결이 단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절묘한 방안을 제시하였기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판결을 통해 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려낼 수 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한국의 아무개’라는 표현을 싫어하지만, 편의상 함우치(咸禹治, 1408~1479)라는 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조선의 솔로몬'이라고 썼다. 그 역시 지혜로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 판결을 내린 인물이다. 함우치는 조선 전기 재상에까지 올랐고 공신에도 책봉된 문신이다. 그가 지방관으로 있을 때 재판한 사건이 있다.


일찍이 전라 감사가 되었을 때 어느 양반집의 형제가 가마솥의 크고 작은 것을 다투어 소송을 하였다.

공은 노하여 아전을 시켜 그 크고 작은 가마솥 두 개를 빨리 가져오게 하였다.

“이것을 깨뜨려서 그 근량(斤兩)을 똑같이 나누어 주어야 되겠다.”라고 명하였다.

이에 형제 두 사람이 굴복하고 소송은 드디어 중지되었다. 《필원잡기》1


가마솥은 귀하고 매우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조선 시대에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의 가마솥을 빼왔다는 기록이 있다. 남의 집의 가마솥을 떼어 메고 도망가는 자도 종종 있었으며, 백성의 재산을 탈취하는 것도 ‘솥과 가마솥, 송아지, 돼지를 끌어간다.’고 표현하였다. 한 지방관이 백성을 위해 쇠를 녹여 가마솥을 만들어 사용하게 해 준 선한 정치를 폈다는 보고가 중앙에 올라온 일도 있다.


개인이 만들기도 어려운 그런 가마솥을 깨뜨려 나눠주라고 판결하니 두 형제가 굴복했다는 이야기이다. 누구의 것인지 자초지종을 명백히 가리기 어려운 상황에 내린 그의 지혜로운 판결로 형제는 분쟁을 중지하였다.


조선시대는 이권 분립 사회였기 때문에, 함우치의 경우에서 보듯이 지방관은 행정과 사법을 아울러 담당하였다. 물론 지방관이 수행하는 사법권에는 절차와 제약이 있었다. 상세히 설명할 자리는 아니지만, 사극을 보면 너무 오류가 흔해서 안타까울 뿐이다.


인터넷 뉴스에서 내려진 판결에 대해 댓글에 종종 등장하는 문구를 본다. 형량을 더 높게 해라, 너무 가볍다 등. 이와 관련한 미국의 경우를 다큐멘터리로 본 일이 있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사설 교도소가 증가하면서 연방 및 주 교도소 수용자 수가 급증하였다. 검사와 판사가 수감자를 마구 채워 넣는 노릇을 담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수감자를 값싼 노동력에 활용하는 교도소의 산업화는 이른바 ‘신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감자 수가 너무 많아서 사회문제로 확산되었고, 최근에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형량을 높여 수감자를 증가시키고, 수감기간을 길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운영이 아니라는 단적인 증거로 이해된다.


성장기의 어린 자녀는 종종 부모에게 서로 달려와 상대방 탓을 하며 싸운다. 사랑하여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부부도 서로의 입장을 강조하며 갈등하며 다툰다. 어떤 경우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여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도 구분이 안간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이러한 온갖 분쟁은 자초지종을 따지고 가리는 것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를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솔로몬이 가장 원하는 것을 지혜라고 고백한 것처럼, 오늘의 나 역시 사색하고 성찰하며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뇌여 본다. 그것이 이 분쟁 많은 세상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낼 수 있는 덕목이라고 본다.




주사거배.PNG

신윤복, 주사거배(酒肆擧盃)

가마솥 두 개를 걸어 놓은 부뚜막이 보인다.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술항아리 끌어안고 맑은 바람 대한다"라는 시가 쓰여있다.

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http://kansong.org/collection/jusageo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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