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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Dec 20. 2023

노래와 눈물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뜨겁게. 복받치게. 때론 서럽게.

1970~1980년대 해외건설 근로자로 근무했던 분들은 가수 이미자의 노래를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현지에 열린 해외근로자 방문 가요무대에서 무대 위 가수가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르니, 화면 가득채운 근로자들이 모두 따라 울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있다. 특정한 노래가 불쑥 감정을 파고들어와 코 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도는 경험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닐 것이다.     


#꽃밭에서(동요)

국민학교 5학년이었을까? 학년은 가물가물하다. 음악시간에 선생님의 풍금 연주에 맞춰 ‘꽃밭에서’를 불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선생님이 물었고, 선생님의 말을 전해 들은 엄마도 물었다. 음악 시간에 갑자기 왜 울었느냐고. 나는 끝까지 답을 못했다. 숨기려거나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왜 눈물이 나왔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노래는 나처럼 아빠가 없는 아이가 부르는 노래였다. 나처럼 뒤란의 정원에서 놀던 아이가 부르는 노래였다. 할머니와 엄마가 철마다 가꾸는 꽃들이 있던 뒤란, 나의 놀이터였다. 매일 그곳에서 놀면서 한 번도 그려보지 않던 아빠, ‘꽃밭에서’는 처음으로 설명하기 어렵게 아빠를 떠올리게 했다.     


#친정어머니(이미자)

결혼 뒤 남편은 해외근무를 떠났고, 시댁에서 시부모님, 시동생, 가끔 오시는 시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아직 젊었던 시어머니가 살림을 주관했고, 나는 기껏해야 가전제품을 작동해서 하는 일 정도를 거들었다. 어느 날 저녁 식사 뒤 TV를 시청하는 시부모님 곁에 잠시 머무느라 소파 제일 끝자리에 앉아 있었다. TV에 가수 이미자가 출연해 그 애절하면서도 맑은 목소리로 ‘친정어머니’를 불렀다.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눈물을 시부모님이 볼까 봐 얼른 방으로 갔다. 딱히 서러운 일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노래는 나를 사랑하는 게 삶의 이유였던 엄마가 딸 집에 와보지도 못하고 혼자 쓸쓸히 계시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나의 빈자리가 엄마에게 얼마나 컸을까.       


#섬집아기(동요)

아들은 나를 닮았는지 아기 때부터 유달리 잠이 없었다. 아이가 네다섯 살 무렵이었다. 낮잠을 재우려 옆에 누워 토닥토닥 두드리며 조용조용 노래를 불러주었다. ‘섬집아기’를 불러주는데 갑자기 아이가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엄마, 아가가 너무 불쌍해. 엉엉엉~”


아들을 재우려다가, 아들을 울려 버린 격이다. 아이는 엄마 없이 혼자 잠드는 아가가 불쌍하다며 울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허겁지겁 바쁜 마음으로 굴을 따는 엄마가 마음 아프다. 


#아버지사진(임재범)

지난해 늦가을, 10월의 끝자락에 가수 임재범의 ‘아버지 사진’을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이 터졌다. 솟구치는 뜨거운 눈물로 모처럼 정성 들여 눈 화장한 나는 너구리 모양새가 되었다. 나 만이 아니라 주변 여러 사람이 훌쩍거렸고, 손으로 눈물을 찍었다. 


부모님의 삶에서 나에게까지, 어쩌면 나의 자녀에게까지 이르는 우리 각자의 장편소설, 주인공과 스토리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눈물 나는 순간이 있음은 공통이리라. 그 각자의 사연에 담긴 감성을 그 노래는 깊이 파고 들었다.


노래는 종종 뜨거운 눈물을 솟구치게 만든다. 그 노래가 무엇이든, 왜 눈물이 쏟아졌든 그렇게 눈물 나온 시간을 거름 삼아 조금은 야물어졌기를 소망한다.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셈세한 감성을 지닌 사람으로 살기를 또 소망한다. 그 감성 때문에 유달리 아플지라도.


가수 임재범의 7집 <Seven,>(세븐 콤마) 수록곡 '아버지 사진' 중 

"둘이서 같이 걷던 단 한 번의 추억 있어요~"라는 가사를 들으며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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