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위로

마침표를 디딤돌 삼아 느낌표로 나아가는 순간.

by 소라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계속 흐른다는 것은, 나에게 큰 위로이자 기쁨이다.



그러나 가끔은 하루를 버티는 일만으로도 벅찬 날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요 며칠 사이, 기꺼이 나의 평범한 일상을 허물어야 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문득 이런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삶에 기쁨이 없다.”

그리고 그 말의 꼬리를 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건 무엇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 순간 내 머리에는 일정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시곗바늘이 떠올랐다. 지쳐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내가 아무리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해도, 일정한 시곗바늘의 움직임은 나를 그곳에서 꺼내줄 거라는 위안이 된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중이고, 시간은 계속 흘러 해는 저문다. 하루의 마침표는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일 테다.


안팎으로 지친 내가 '주저앉겠다'라고, 마음먹는다고 해도, 세상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시간은 무심히 흘러간다. '너의 어려움도 다 지나갈 거야'라며, 부지런하게 묵묵한 위로를 보낸다. 나는 시계를 바라본다. 고른 간격으로 움직이던 초침이 잠시 멈춘 듯하다가, 살짝 몸을 흔들거리며 다음 눈금을 향해 나아간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짧게 떨리는 순간을 눈에 담은 뒤, 나도 내 속도대로 다음 눈금을 향해 움직인다.

그렇게 저녁은 다가오고,

내 에너지는 고갈되고

나는 못 이긴 척 눈을 감는다.

그리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는 조금은 달라진 나를 발견하려고 애쓰며, 작은 희망을 찾아보는 일을 반복한다. 더없이 안정적인 위로이다.


침대에 몸을 둥글게 말고, 물음표모양으로 몸을 누인다. 하루 종일 구부정하게 굽어졌던 등이 쉬이 펴지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오늘 하루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내 발아래 말 끝처럼 조용한 마침표가 찍힌다. 나는 마침표를 디딤돌 삼아 느낌표 모양으로 몸을 길게 늘여내며 ‘오늘도 끝났구나’ 하고 속삭인다.

기쁨이 넘치는 하루는 아니었지만,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는 감각.


어쩌면 이것도 ‘기쁨’의 넓은 범주 안에 드는 것 아닐까.


기쁨이 없다고 느낀 하루들의 연속이지만,

오늘의 기쁨이 반드시 웃음이나 반짝임일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해 본다.

지나친 자기 합리화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은 달라져있으며, 오늘 하루를 무사히 건너온 나에게 내일도 시간은 무심히 흐르며, 나를 응원해 줄 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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