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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치즈 Mar 08. 2021

취업, 결혼, 아빠

1. 취업

2015년 난 취뽀에 성공했다.

카카오에 인턴으로 입사하여 6개월의 기간을 마치고 전환 면접의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합격. 마침 발표일이 생일 하루 전날에 나와서 가장 기쁜 생일 선물이 된 날이기도 했다.


회사 생활은 정말 즐거웠다.

나는 인복도 많았다, 사수와 조직장은 나에게 아낌없는 가르침을 베풀어주었다.

덕분에 빠르게 업무적응도 하고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한 3년 정도 지낸 후, 2018년이 되었을 때.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2. 결혼

2018년 8월, 나는 결혼을 결심했다.

아내와 나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만나서 8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됐다.

학생, 군인, 취준, 직장인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결혼에 관한 단골 질문 중 하나가,

딱 이 사람이 내 배우자구나 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나 이벤트가 있었냐 인데.

난 있었다.


조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하는 식사자리였다.

그 당시의 여자 친구는 아주 싹싹한 이미지로 이미 우리 집 어른들에게 이쁨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가족 행사에 종종 초대를 하곤 했었다.

아무튼 그 날 식사를 하던 중, 할머니의 흰색 블라우스에 김치 국물이 튀었다.


그걸 보고 아내는 주저하지 않고 주방 이모에게 세제를 얻어서 본인이 직접 물티슈로 그 블라우스를 닦아드렸다. 그 모습에 나는 반했다. 아니 결혼에 대한 확신을 더 얻게 되었다. (다른 확신을 얻은 장점도 무수히 많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하나만 꼽자면)


3. 아빠

2019년 12월, 난 아빠가 되었다.

신혼 생활 1년만 딱 보내고 자녀를 갖기로 결심했다.

마음은 아들, 딸 하나씩 낳고 싶었지만. 우선은 한 명만 낳기로.. :)


계획 실행 후, 5개월 차에 임신하게 되었고 우리는 당연히 아들일까 딸일까 라는 기대감과 궁금증을 갖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처음엔 단태아(1명)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4주의 시간을 보내고 병원을 찾았을 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쌍둥이였다는 것!!!


의사 선생님도 초음파 검진하다가 깜짝 놀라서는,

어머나? 쌍둥이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순간 아내와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음.

왜냐... 누가 쌍둥이를 기대했겠냐고요..!! 솔직히 그 순간엔 다른 감정을 꺼내볼 정신도 없이 그냥 한없이 당황스러웠다. 정적의 시간이 한 10초 정도 흘렀을까... 싸.. 쌍둥이요?라는 소심한 질문을 조심스레 꺼냈다.


그렇게 우리는 쌍둥이 부모가 되었다. 심지어 자연적으로!! (가족 내 유전도 없다는)


막막하기도 했다. 솔직히 한 명도 잘 키울 수 있을까 너무 걱정이 많이 되어서 망설였는데 한 번에 둘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이 소식을 양가 부모님들에게 알렸을 땐, 우리의 반응이랑 좀 비슷했다. 당황;;;


물론 지금은 너무나도 소중한 나의 둥이들이고, 비교할 수 있는 큰 축복이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어휴 ㅎㅎ


4. 현재

2021년 3월, 지난 6년을 돌아보면서 브런치에 글을 쓴다.

현재의 나와 삶을 들여다보면 지나온 세월 속에 발생한 사건 하나하나가 중요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그 시절 여자 친구를 만날 계획이 없던 나에게 강제 소개팅을 친구가 주선해줘서 아내를 처음 만났고.

자소서 광탈의 굴레 속에서 절망하다가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고 썼던 자소서가 합격을 하고.

한 번에 성공할 줄 알았던 아이 갖기가 5개월 만에 성공하고 나서 그게 쌍둥이가 되었고.

그 복둥이가 청약 당첨이라는 선물까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톱니바퀴가 나올지,

난 그 고민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단순하게 스무 살에 다짐한 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결정의 기준점이 될

"존경받는 아빠이자 남편 되기" 이거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가고자 한다.


내년, 5년, 20년 뒤에 추억하는 현재가 지금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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