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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nus May 12. 2023

(영화 5) 존 말코비치 되기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

나 스스로를 정의할 때, 꼭 직업을 말하게 된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직업이 아니고는 나를 정의하기 힘들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어디 다니며 무슨 일을 한다고 말하며 나를 소개하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나는 내 직업으로 정의된다. 글을 쓰는 이 공간에서 만큼 직장인이 아닌 다른 자아로 인식되고 살아보고자. 브런치를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나의 "부캐"를 만들고 싶었다. 사실 현실에서도 흔하지 않은 직장에서 흔하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들의 시선이고, 나 스스로는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일을 반복하면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가끔 남이 되어 살아보면 어떨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 까? 가끔 아주 가끔 그런 망상을 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는 나에게 그런 망상을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영화였다. 

   어떤 영화를 보기 전에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되도록 안 찾아보려고 한다. 영화제목, 주인공, 감독, 그리고 포스터를 보고 나름 내 나름의 시나리오를 써 영화내용을 추측하고 나서 보게 된다. 내 상상과 영화의 내용이 달랐을 때, 그리고 그 정도가 크면 클수록, 내 예측이 빗나갈수록 더 큰 희열을 느끼게 된다. 물론 좋은 영화이어야 한다는 전제로 하고 말이다. 이 영화는 충분히 내 예상을 빗나가 뒤통수를 강하게 쳤다. 우선, 이 영화의 포스터가 정말 강렬했다. 수많은 존 말코비치의 얼굴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매트릭스 같은 SF 영화일 것이라 생각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실패한 인형조종사인 크레이그 슈왈츠는 생계를 위해 미스터리 한 인물, 레스터 박사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다. 시작부터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회사의 층이며, 낮은 천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이상한 점은 그 이상한 사무실과 회사에 대해 아무런 불만과 불평 없이 다니는 직원들이었다. 주인공인 크레이그 역시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회사를 다니게 된다. 이 영화는 현실과 비교하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냥 이 세계의 실존 인물인 존 말코비치를 그대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이 세계가 아니 라또 다른 현실 다른 우주, 즉 멀티버스의 세계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이 영화는 다른 멀티버스의 세계임을 이상한 점들을 보여주며, 정의하고 있다. 영화 속 세계에서는 사무실의 동굴과 같은 문을 통과하면,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고, 존 말코비치의 무의식에서 15분 정도 존 말코비치로의 삶을 살아보게 된다. 이를 우연히 발견한 주인공과 동료가 이를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경험을 파는 사업을 하고, 동료를 좋아하는 주인공과 그 아내와의 갈등이 있고 이 세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연속해서 일어난다. 이러한 내용들은 사실 내가 영화를 보는 중 몰입을 방해했다. 불편했다. 익숙하지 않은 내용들과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 불편한 영화였다. 그 불편함은 왜 우리는 타인의 삶을 동경하는 것인 가라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우리가 연예인 유명인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나 소수만의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을 동경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 경험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벗어나게 되면 희소성을 추구하는 본능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단기 생존에서 벗어난 개체의 희소성 추구는 더 안전하고, 더 가치 있고, 내 유전정보를 대물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삶에서 유명한 타인의 삶을 동경하는 모습은 본능적이고 보편적인 욕구일지 모르겠다.

   서두에 나는 가끔 내 과거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 곱씹어 본다고 했다. 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지금과 다른 평행우주에 있을 것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나의 선택의 결과인 지금의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간 다른 우주의 나를 동경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타인 혹은 다른 선택을 한 나를 동경하는 것이 보편적인 욕구라면, 이를 망상하는 것쯤은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쓰고 보니 영화 내용보다 잡설이 더 많은 리뷰였다.


"존 말코비치 되기" 재미는 그다지 없다. 하지만 한 번쯤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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