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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Aug 14. 2022

방황의 기록

  오늘은 내 방황을 적는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글을 쓰는 게 싫었지만, 오늘은 두서없이 쓰는 것에 갑작스럽게 용기가 났다.


그간 많은 큰 변화와 작은 일들이 많았다.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 작별을 고했고, 아이의 방학이 시작됐다.

한 없이 즐거운 기분을 유지해야 하는 시간 속에서 진지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게 싫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어려웠다.

  있다는  이런 기분일까? 꽤 당황, 방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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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허공을 헤매는 생각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하루하루가 미친 듯이 즐겁지는 않다.  발로 퇴사를 하고  손으로 아이의 방학을 함께 하겠다 했지만, 아직  둘을 제대로 저울질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거기다 해맑은 남편은 맛있는 저녁상을 차리는 현모양처의 그림마저 그리고 있다.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다. 회사를 나온  (아니 아직 남은 연차를 소진 중이니 퇴사처리가 안됐으니)  달도  되었는데 벌써 후회의 카드를 들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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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후회하는 건지? 물어봤다. “아니다”

회사를 나온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중에 하나다. 나는  모르핀 같았던 그곳을 나오지 못했다면, 진짜 겪어야  고통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 정작  몸에서  이상 약이 말을 듣지 않을 때면 그때는   후회를 했을 것이다. 일단은  모호한 ‘모르핀 변명 퇴사의 이유의 가장  축이다. 언젠가 <워킹맘, 퇴사자 in the house> 90년대 향기가 솔솔 나는 제목으로 뭔가 글을  길게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을 맘에 품고 있다.


  눈이 점점 침침해져 간다. 화장품에 적힌 작은 글자들을 잡은 손이 멀어져 감을 느낀다. 이건 아마 매일 밤 어둠 속에서 보는 넷플릭스 때문일 확률이 높다.

어제는 미루고 미뤘던 <중경삼림> 드디어 봤다.

언젠가 한 번은 봤던 영화다. 하지만 그게 언제였는지 영화를 본 나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보고 싶고 좋아했을 영화다. 아마 중간에 보다가 꺼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둘 중 하나다.

정말 재미가 없었거나, 진짜 진지해지기 싫었거나.


요즘의 나는 후자다. 요즘 다시들 <중경삼림>에 열광한다고 하는데, 분명 보고 싶으나, 진지해지기 싫어 꼬깃꼬깃 주머니 속에 박아 두었다.

방황이라는  뭘까 생각해본다. 청춘들의 방황. 시대가 주는 방황. 나에게는 방황이라는 게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각자의 방식으로 웃고, 울고, 엉키고, 풀어가는 4명의 청춘, 혹은 인간들을 보고 있자니, 진지한 열매가  달콤해 보인다.


 진지함을 마구잡이로 휘갈겨 써보는 지금, 내일이면 이불 킥을 할지 몰라도, 방황스럽던 마음이 진정된 것 같기도, 혹은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다.


정제된 나를 보이겠다고 단정하게 각을 잡아 글을 쓰는 것도 귀찮아졌다. 생각해보니,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주는 약간의 진지함과 작가적 압박감이 더욱 나를 그리 몰아갔다는 비겁한 핑계를 대본다.




이렇게, 오늘은 내 방황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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