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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Jun 27. 2021

무작정! 뭐라도! 쓰기

정확히는 2021년 4월 6일. 어렴풋이 밤 11시였던 걸로 기억한다. 매번 실패하는 아침 5시 기상을 암묵적으로 포기하며,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이끈 영상을 보았다. 무기력했던 인생에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본 대로, 매일 아침 그냥 무슨 말이든 3페이지를 글을 써 내려갔더니 하루가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


10분 남짓, 영상을 보고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알람을 5시, 6시 2개로 맞추고 잠을 청했다. 눈은 감았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다.

‘매일 아침, 3페이지, 인생....

나도 뭐라도 써볼까?’


-

4월 7일. 5시 알람이 울렸던가? 뭐 매번 그렇듯 무의식 중에 껐을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 알람이 울린 6시. 갑자기 눈이 떠졌다. 세수도 안 하고 그대로 책상으로 직행해 아무 노트에 끄적여본다.


"Artist way…

나는 이 새벽에, 무엇을 위해 일어나고 있는가?”

이 문장을 시작으로 원대한 나의 프로젝트 포문이 열렸다.

나의 첫 문장

-

그렇게 정말 매일 6시, 글을 써 내려갔다.

아이에게 화를 냈던 것에 대한 후회,

누구 편인지 열두 번도 헷갈리게 하는 남의 편 남편(제일 많이 등장하는 분..)

재택근무가 과연 좋은지 안 좋은지에 대한 나만의 토론, 어제 본 넷플릭스 이야기,

어제 알게 된 유치원 엄마 이야기,

집 앞 반찬가게 인기 요인 분석 등

현재를 사는 나의 이야기부터


나의 엄마, 아빠 이야기 초등학교  기억 남는 친구,

고등학교 방송부 시절, 옛 남자 친구들과의 추억 등

과거의 나까지..


무조건 3페이지는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영혼까지 탈탈 끌어왔다. 페이지를 채우지 못하는 날에는 꼼수를 부려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써내려각도 했다.


웬만하면 주말까지 포함해 정확히 두 달을 채웠다.

그냥 나만 알 수 있을 법한 글씨로 3 바닥 (사실 어쩔 때는 2 바닥..)을 말이다.

3페이지에 압박을 노래가사에 기대어본다. 새소년<난춘>가사 중



60 정도면 습관이 완성되고, 변화된 인생을 발견할  있다고 믿었다. 근데 사실 변한  없었다. 그렇게  빨리도 슬럼프가 왔다. 펜을 들지 않았다. 생각이 깊어지는  싫었다. 새벽 2시까지 봤던 영화를 멍하니 들여다보다가 잠이 들었다. 겨우 8시에 일어나 등원 준비, 출근 준비를 했다.


열흘 , 전날도 새벽까지 봤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붙잡았다. 그럼에도 그날 따라 불현듯 6시에 눈이 떠졌다.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 노트를 펴고 펜을 들었다. 평소 같으면  쓰지 한참을 생각하는데,  날은 신기하게도 그냥 술술 글이 써졌다.



60. 무작정 그렇게 의식적으로 글을  .

10.  억지마저도 무시하고 펜을 들지 않았던 .

뭐라도 쓸 때와 하나도 쓰지 않는 2개의 나를 써내려갔다.

무작정, 무조건 뭐라도  내려가던 내가  길을 멈췄을 . 가슴이  답답했다.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보다. 그렇게 미친 듯이 나에게, 세상에게 떠들어 대고, 펜으로 휘갈기던 시간이 없어졌으니 화병  사람처럼 속이 갑갑했다.


그리고 매일이 똑같았다.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일상과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 잡은 과거. 몇십 년을 들어도 똑같은 노래 가사에게 부여하던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게 어제의 잘못을 오늘 똑같이 반복했고, 웃음을 주는 포인트는 새롭지 않으면 시시 껄껄하게 들렸다. 나는 그렇게 절대로 절대로 같을 수 없는 하루하루를 함께 묶어버렸다.


다시, 나는 6시에 눈을  세수도, 양치도, 물도 생략하고 일단 펜을 들고 뭐라도 쓰기 시작했다. 글쓰는 여정에 다시 발을 내딛었다.


답답한 마음 털어내고, 새로운 오늘을 살기 위한 명상 같은, 글쓰는 시간 하루 30.


아직은 거창하게 Artist Way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Artist. 듣기만 해도 레는 단어. 예술같은 하루하루를 꿈꾸며내일 아침을 바삐 움직일 펜과 노트를 준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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