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실전이라는걸 몰랐다
나는 어릴적부터 모범생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딱히 누군가의 귀감은 안되지만 선생님이 하라는 거 안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그러긴 했다.
전교 1등도 여러 번 했었고, 주변 사람들이 예뻐하는 그런 아이였다.
그리고 대학교도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고 수원에서 대학교 4년, 대학원 2년을 통학하면서 졸업까지 마쳤다.
사실 사범대 학생이었던 부모님이 선생님이 되라는 이야기에 사범대에 진학했지만 아이들과는 내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닫고 진로를 바꿨다.
그래서 대학원도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원을 진학하면 어쨌든 전문성이 더 있으니 취업도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업 입사 서류만 50개 정도는 쓴것 같다. 다른 사람 기준에는 적은 수치일 수 있다.
나는 대학원 졸업 논문을 작성하면서 진행했기에 많이 쓰진 못한 편이다.
그 중에 인적성 or 면접을 진행한 것은 10개도 안되고 마지막 최종면접까지 간건 없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국의 대기업은 아직도 남성을 선호하는 문화가 많다. 그렇게 대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S기업의 면접관은 나에게 "결혼은 언제 할건가요?"라고 물어보았다.
그 때 내 나이는 25살이었다. 지금 8년차 인사팀인 내 입장에서 그 면접관은 자격이 없는 수준 미달의 사람이다.
그러한 경험이 있고 나니 한국 기업은 가기가 싫었다. 아 그래, 그러면 외국계 기업을 가자.
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신입을 잘 뽑진 않는다. 영어 공부도 해야 했고 면접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처음 나의 커리어를 외국계 인턴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외국계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외국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만으로도 좋았고 영어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강제로 공부하게 되는 것도 좋았다.
난 정말 운이 좋게 인턴에서 계약직, 정규직 제의까지 연달아 받게 되어 그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내가 취업 준비를 시작한 이후로 1년 반이 걸린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빨리 된게 아니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사실 취준생 입장에서 1년 반은 큰 시간으로 다가온다.
경제적인 비용, 30대를 향해가는 나이, 경력 공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의 여정은 끝난게 아니라 다시 리셋되어 시작한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 하에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취준생과는 또 다른 고통과 새로움과 긴장이 있는 곳, 바로 직장말이다. 인생은 정말 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