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해봤니...
여자의 촉은 과학이다.
나는 원래도 예민한 편이었다. 그다지 예민하지 않게 생겼으나 난방기의 작은 작동불빛에도 잠이 깨고, 시계 초침은 물론, 작은 문틈 불빛에도 잠들지 못한다. 그만큼 예민하여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디던 점사를 보러 무당집이나 철학관을 가면 영이 맑으니 어쩌니 하면서 조상중에 신모신 사람이 있다는 둥, 내림을 받으라는 둥의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진짜 애매한 점집에 가면 오히려 내가 무당 점을 봐줘도 될 거 같고 그렇기도 했다. 거짓인지 아닌지는 물론이고, 표정이나 말투, 작은 제스처에서도 감정 캐치가 굉장히 빠르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도 성격이나 평소 행동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다. 그러니, 20년을 함께한 남편이 무언가 변한 것을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사실 무언가가 없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 촉이라는 것, 예민한 나도 잘못 느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며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틀렸음을 증명하고 싶어서 매일매일 확인하고, 찾았다.
아닐 거야, 아니야... 아니여야만 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너의 촉은 틀려야만 해. 너는 점쟁이가 아니야.
왜 내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가.
왜 나의 촉은 이렇게 예민한가.
카톡 메시지를 보는 그의 표정이 다르다.
웃지 않지만 웃는다.
설거지를 하며 그의 표정을 바라보지만, 남편은 모른다.
나는 울지 않지만 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나는 알 거 같다고.
네가 지금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고.
나는 말했지만 말하지 못했다.
밤이 오고, 모두들 잠이 들고 나면,
나는 걸었다.
밖으로 나가 캄캄하고 어둑한 길들을 울면서 걸었다.
사업을 하다 보니 동네사람들 얼굴을 다 아는데 내 우는 얼굴을 아무에게도 보일 수 없다.
울고, 또 운다.
우는 동안 걷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멈춰서는 안 될 것만 같다.
멈추면 세상이 멈추고,
내 삶이 멈추고,
우리의 사랑이 멈출 것만 같아서.
이토록 오래도록 함께한 우리가
아직도 사랑한다는 것을 믿지 못할까 봐.
새벽까지 내내 울며 걷다 들어와 침대 속에 누워도
동쪽 하늘이 빨갛게 물들며 눈이 부실 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도 답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내가 찾는 것을 찾지 못하길 바라는
아이러니한 시간들을 보냈다.
제발 나타나지 말아 주길.
내가 찾는 그 증거라는 것들.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