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 Sep 18. 2023

04_평범한 가정주부

그 사람도 상간녀일 수 있다.

 는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요즘 흔히 보는 워킹맘이고, 아이들일에 극성이고, 남편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의 상간녀라는 존재는 엄청나게 별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도덕적 신념이나 관점 같은 거 말고도 외모라던지, 직업이라던지, 무튼 그냥 나처럼 그냥 애들 키우는 주부가 상간녀일 수 있다는 건 상상해보지 못했다. 내 남편이 바람피울지 모른 것처럼.


 처음에는 남편도, 상간녀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난 외도라는 것의 원인을 나에게서 스스로 찾으려고 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내가 그 순간에 그게 아닌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던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울어보고, 밤을 지새워봐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나처럼 두 아이를 키우는 여자였다. 

정말 그냥 살림하는 평범한 가정주부(면서 얼굴은 진짜 못생겼지만 ).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엄마라는 존재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남편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빼박 증거를 마주하기 3개월 전부터 이상한 느낌에 그런 행동하지 말라고 무수히 경고와 이야기와 회유와 부탁을 하며, 울기도 하고, 자주 하지 않던 부부싸움도 하고 수없이 이야기했으나 단 한 번이었지만 선을 넘은 그의 행동은 내게 있어서는 세상이 무너진 것을 마주하는 순간과 다르지 않았다. 

 

 는 이 긴 결혼 생활에서 내가 가장 애정을 쏟고, 에너지와 열정을 쏟는 부분이 아이들을 육아하는 것이라고 믿고 살았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와 마주한 순간 그게 틀린 생각이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이 긴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라는 세상 안에서 사는 나의 모습 때문이었던 것이다.

 직업이 남달리 좋다거나, 벌이가 좋은 것도 아니다. 남편도 그저 평범하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그에 따른 평범한 월급을 받고, 담배를 피우고, 술은 마시지 않는다. 종종 회식도 있지만 술을 마시는 일은 드물었고, 친정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주사가 제법 심하셨기에 술을 마시지 않는 그로 인해, 마음 졸일 일이 없는 뭐랄까, 불안함이 적은 결혼 생활이랄까. 그런 남편과의 세상 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하거나 아주 좋을 것도 없지만 불안할 것도 없는 매일 비슷한 일상이 나로 하여금 스스로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을 외도 앞에서야 알게 되었다. 


 도 나만의 직업(사업)이 있기 때문에, 골치 아픈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살림도 온전히 내 손으로 하는 것이 가끔 몸도 맘도 고될 때가 있었지만 그걸 크게 내색하며 말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나도 일하는 사람이니 살림을 나눠서 하자는 부탁이나 도움요청은 신혼 때 이미 놓았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이라고 낙인찍고, 버려둔 적은 없었다. 그저 그런 부분을 미처 결혼 전에 익히지 못한 것이니 성인인 남편에게 나는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이제와 가르친다고 변할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 그렇다고 또 섭섭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 거 같다. 가끔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미리 알고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마저 버리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미련했다. 말하지 않는데 알기를 바란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말도 안 해놓고 혼자 서운해하는 짓도 미련했다. 

 

 지금 나처럼 일하느라 몸도, 맘도 지친 워킹맘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나처럼 이런 상처를 겪고 깨닫지 말고, 반드시 지금 움직이시길) 속으로만 생각하고, 서운해서 삐지지 말고 반드시 해달라고 이야기하세요. 도움을 요청하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꼭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맞습니다. 둘 중 누가 하는 게 맞는 일이 아니라 상의해서 함께하는 일이요. 오늘 꼭 이야기 나누세요. 정말 결혼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되실 거예요. 저는 이걸 외면했던 것을 외도를 직면했던 것보다 더 후회한 순간도 있을 정도예요.


 결혼이라는 레이스는 반드시 둘이 함께여야 합니다. 희생하는 사람은 배우자여도 안되고, 나여서도 안된다는 점을 저는 저만 희생하면 모든 것이 괜찮다고 착각했던 것이죠. 결혼생활은 희생이 아닌 함께하는 2인 삼각경기라는 것 기억하세요.

이전 03화 03_맘고생 강제 다이어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