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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Sep 18. 2023

02_몰라도 되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불행을 거울삼아 자신의 행복을 비춰보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로..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불행을 겪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닥치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티비 속 연예인들이 공황 장애를 겪는 다던지,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다던지 할 때 나는 그것이 심약한 마음을 갖은 탓이거나 혹은 다소 부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우울증을 겪어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20대 중반에 갑자기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우울증 시기가 왔었다.) 이겨내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런 극단적인 경험이 아니라면 혹은 나는 죽음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울증을 겪었기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를 생각했었다. 세상에 인간이 견디지 못하는 고통은 없다고 생각했고, 견디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스스로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것은 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독서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다양하고, 심오한 내용의 책들을 읽어왔기 때문에 나는 다양한 간접경험을 통해서 인생을 정말로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어릴 적 가정환경 속에서 여러 어려운 직접 경험도 했기 때문에 인생이란 것을 동년배중에 나만큼 제대로 파악하고 사는 사람도 없을 거라 자신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우습기 짝이 없다. 세상은 좁고도 넓고, 세상사는 다양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만 잘나고 똑똑하지 않고 정말 잘난 사람도 세상 속에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나는 왜 인생을 다 안다고 착각했을까. 왜 한 번도 내게 생긴 불행들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만큼 긍정적으로 살아온 것일까. 어릴 때 환경이 극도로 불우한 시절도 있었으나 나는 그것이 내가 스스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극복해 냈다. 환경의 어려움은 인생의 성공에 있어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착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매우 성공한 부자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수저레벨론에 따르자면 분명히 흙수저이지만 현재 나는 목수저급이상은 분명 살아내고 있으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승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사다리 정도는 타고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것은 분명 경제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살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경험해 본 사람?

열심히 살면 성공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 시기하는 사람이 생긴다가 정답이다. 아무리 착하게 살고, 열심히 살아도 아무리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해도 꼭 시기와 질투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런 사람이 생기면? 구설에 오른다. 나랑은 코드도 안 맞고, 결도 달라 어울릴 일이 없지만 그 사람의 입에는 내가 자주 등장한다. 당연히? 부정적인 이야기다. 구설에는 부정의 에너지가 가득하다. 시기, 질투는 칼과 총과 다름없다. 보이지 않는 기운에 무수히 많은 상처와 출혈을 일으키고 그것은 결국에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준다. 나는 이런 문제를 여러 번 겪어보았다. 그게 이 외도와 무슨 상관이냐면... 직접적인 상관은 당연히 없는 게 맞는데 그런 부정의 에너지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곁을 맴돌 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고 나는 믿는다. 


 올해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은 내가 불혹이 지나 완연한 중년이 되어있음을 부정하기 힘든 나이를 살고 있는 동안 정말로 처음 겪으면서도 어마어마한 일들의 연속인데, 한결같이 엄청나게 불행한 일들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삼재가 아닐까 하는데.... 찾아보니 나는 삼재도 아니다. 하하하. 정말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어도 웃음이 난다던데 올 해는 그런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나는 긍정을 찾아본다. 

상상하지 못한 상처를 준 사람들로 내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고, 나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경험을 하는 한가운데에서도 나는, 이렇게나 힘든 큰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면 반드시 큰 좋은 일도 생기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해 보는 것 말이다. 그것 말고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결국 그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던 짓들에 파묻혀 살고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자살시도...... 상상도, 이해도 못하던 행동이 내 인생이 된 것이다. 매주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연속해서 약 성분의 함량이 올라가고, 대학 병원에 입원을 권유받는 중이다. 그나마 이성이 살아있는 순간도 다행히 있기 때문에 아직 사업의 끈은 놓치지 않고 있으나 최근 이마저도 끊어질 위기가 온지라 나는 정말 내 인생이 지금 이 순간 잘 벼려진 칼날이 등 뒤에 있고, 눈앞에는 높고 높은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견뎌내는 중이다.

이 것은 이런 순간을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위태로운지, 얼마나 위험한지. 내가 내가 아닌 게 되어버린 인생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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