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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Sep 18. 2023

01_드라마에서 본 이야기

그것은 결국 현실이다.


 우리가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부르는 드라마 속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외도, 불륜 등의 소재이다. 지금은 간통죄라는 범죄가 형법에서 2015년 사라져 버렸지만,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하면 처벌되던 범죄이다. 결론은 지금은 간통이라는 것이 형법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민법상의 책임만을 지게 하고 있는데 보통 '상간소송'이라고 불리는 위자료 청구 소송을 통해 그 피해에 대한 위자료(=쥐똥만큼) 청구를 통해 받을 수 있는데 불륜 피해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생각하기에는 돈에 환장해서 그런 일을 돈으로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벌을 줄 방법이 없다는 점과 미미하여 쥐똥만 한 위자료라도 청구해서 판결을 받아야만 그나마 합법적인 벌을 줄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보면 대부분 외도나 불륜의 피해자가 되면, 가해자를 찾아가서 박살을 내주고, 드잡이를 하면서 머리채를 흔들어주거나 뺨을 날려주는 통쾌한 장면을 연출하곤 하지만 반대로 현실에서는 그런 행동을 드라마처럼 저질렀다가는 오히려 피해자가 형사법에 의해 처벌받는 제대로 된 범죄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외도는 가해자가 더 가볍게 처벌받게 되고, 피해자는 연락만 잘못해도 스토킹 범죄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적어 내리고 있는 나도, 현재는 불륜의 피해자가 되었다. 

정말로, 아이들의 생명을 걸고도 단언컨대 나는 내게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만 3년이 넘는 연애 시절과 만 17년의 결혼 생활을 합쳐 벌써 20년을 넘어서서 내 인생의 절반이상을 함께하고 있는 나의 배우자가 누군가와 외도를 저지를 것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믿음인 것인지 나는 직접 피해를 입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여자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들을 드라마에서는 흔하게 접해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이런 일들은 드라마나 영화, 혹은 책 속에서나 존재하는 막장에서나 일어나는 비현실적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런 드라마에서 피해자인 부인이 억세게 상간녀를 패대기치곤 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렇게 드센 여자랑 살 수 있는 남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는 일이 무언인지 알려나. 나는 남편에게 큰 소리를 내 본적도, 싸움을 하는 일도 거의 없는 그야말로 (내 입으로 말하기 우습지만) 현모양처 그 자체이다. 일을 해도, 9첩 반상도 만들어 내어놓고, 아이들 교육과 육아도 척척해내고, 신혼 때 남편의 일이 시원치 않을 적에는 투잡, 쓰리잡으로 가사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주말부부를 하던 시절에는 남편 없이 갓난아이인 둘째와 첫째를 한 번에 케어하면서도 투잡을 해내던 생활력을 갖고 있었고, 잠 한숨 푹 못 자던 신생아 키우던 시절에도 남편이 야근을 하고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짜증 내는 기색 없이 남편의 늦은 저녁상을 차려주던 부인이었다. 이런 나의 과거를 적어 내리다 보니, 이런 부분들도 억척스럽다면 억척스러운 모습이구나 싶어 다시 한번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이 세상의 어떠한 일도 내가 직접 당사자가 되어보기 전에는 절대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상간사건을 통해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정말 진심으로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은 오만한 편견이자 쓸데없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오지랖이었다. 나는 겪을 일이 없기 때문에-라는 생각으로 인해 그 일을 정말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개소리 같은 위로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 속 상간녀는 색기를 줄줄 흘리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여자가 봐도 매혹적인 미색을 갖추어 내가 남자라도 저런 여자라면 한눈에 반하겠다.. 싶은 여자들이 상간녀 역할을 맡아오지만, 실제로 우리가 흔히 들은 이야기처럼 와이프가 그 유명한 예쁜 여배우여도 아주 나이 많고 키가 작으신 어르신 배우와 바람을 피운다는 우스갯소리(이게 겪어보면 우습지는 않다는 걸...)처럼 내가 만나본 상간녀는 아주매우 호빗처럼 작고, 마스크를 벗은 그 녀(아래에 받침은 정말 마음속에만 붙여둔다)는 나의 전의를 상실시킬 만큼 아주아주 못생겼다. 그렇다고 내 얼굴이 그 유명 여배우처럼 예쁜 것은 아니지만, 어디서도 단 한 번도 못생겼다는 이야기는 태어나서 한 번도 농담으로도 못 들어봤으니....... 그 녀(아래의 받침은 알아서 꼭 제발 좀 읽어주세요)는 비위가 좋은 남자가 아니고는 함께하기 힘들어 보였다. 카톡 프로필에서 봤던 그 녀의 얼굴은 사기 수준을 넘어 거의 컴퓨터그래픽 수준이었고, 아이들의 사진은 실물을 못 봤으나 아마도 아빠 얼굴이 평균보다 훨씬 잘나신 분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잘 생긴 분들은 원래 여자 외모를 안 보시나 보다. 물론, 상간녀의 남편 얼굴 따윈 아직 모른다. 알고 싶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지금 나의 현실? 꿈이면 깨고 싶다. 진짜.

이것은 악몽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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