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17가 있는가
지난달까지만 해도
OTT 서비스 이용자였던 우리 가족.
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비하면
한 달 서비스 금액 $17는
아주 저렴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한 달 동안 내가 N사를 이용해
시청한 드라마와 영화는 0편.
다행히도(?) 아이들이 스크린타임에
만화를 봤기에 본전인가?
자동 결제 시스템으로
은행 잔고에서
결제액이 빠져나간 발자국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면서
‘이게 정말 필요한 소비일까?’ 하고 물어보자
필요한 소비라며 외쳐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들 교육 목적으로 보는 건데?’
‘한 달에 $17이면 하루에 해봤자 얼마야? $0.56인데
이거 아껴서 얼마나 부자 될 것 같아?’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야!
애들 데리고 한 번 영화관에 가면 $25인데 말이야.
한 번 영화볼 돈으로 수백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고!’
그럼 이 목소리들의 핵심을 먼저 짚어보자.
아이들의 교육 목적.
잊고 있었다.
이 N사의 서비스를 결제했던 큰 이유는
아이들의 ‘영어 노출’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반복’ 학습.
그런데 한 손으로 터치하면
새로운 만화 영화가 나오는 이 세상에
아이들은 똑같은 만화를 ‘굳이’ 반복해서 보지 않았다.
새로운 만화,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어 했다.
새로운 자극을 원했다.
국내에서 영어책과 영어 DVD로
자신의 딸을 키운 작가 김선미 씨는 말한다.
사람들이 유학파 출신이라고 묻는
자신의 딸을 교육한 방법은 바로
양질의 DVD를 반복해서 본 덕분이라고.
OTT서비스 대신
집에 영어 DVD만 있을 때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DVD를 여러 번 반복해 보면서
영어가 저절로 늘었다.
아이들의 교육이 목적이라면
굳이 OTT서비스를 결제해서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집에 이미 30개가 넘는
아이들이 직접 고른
자신들이 좋아하는 DVD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차 타고 3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서
영화 DVD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심지어 최신 영화도 상영 시작 2개월이면
최신 DVD로 들어온다는 사실!
이 정도면 굳이 교육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OTT를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맞다. 한 달에 $17 아껴서 얼마나 부자 될까?
하지만 여기서의 핵심은
‘이거 아껴 얼마나 부자 될 것 같아?’라는 심리의 나비효과다.
$17 아껴서 얼마나 부자 될 것 같아?라는 심리가
정말 OTT결제 하나에만 적용될까?
아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올시다.
왜일까? 우리가 OTT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마트에 가면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인테리어 용품들
새로 나온 아이들 옷
반짝 세일하니까
지금 안사면 내가 손해 보는 거라고 외치는 광고.
우리의 일상에는 이런 $17가
정말 정말 많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똑같이
스스로에게 말할지도 모른다.
‘‘$17 이거 아껴서 얼마나 부자 될 것 같아? “라고.
$17를 아껴서는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다소 냉소적인 이 한 마디가
불필요한 소비에게 정당한 권리를 주는
비겁한 합리화라는 걸 알고 있는가?
부활절 맞이 새로운 인테리어 용품을 마트에서 우연히 보고
집도 꾸밀 겸 계획에도 없던 토끼 한 쌍을 사고
이미 입을 점퍼가 집에 있지만,
이건 다른 색상, 다른 디자인이니까 아이들 점퍼 하나씩 사주고
나의 최애 탄산수 아주 운 좋게
한 박스 세일하니까 카트에 큰 박스 하나 싣고
남편 퇴근하고 집에 오면
기분전환하라고 다 먹기도 전에 질릴 큰 과자박스 하나 사고
맨투맨티셔츠가 3개나 있지만
아이들이랑 공원에 갈 때 입기 좋을
내 맨투맨티 $20도 안 하니까 하나 카트에 넣는다.
매일 소비에 노출된 우리에게
하루에 1번의 $17만 쉽게만 써도
한 달이면 $510.
일 년이면 $6,120.
십 년이면 $61,200.
‘에이 과장이 심하네!‘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이건 아주아주 축소버전 시나리오다.
왜냐고? 가끔은 $17가 아니라
’ 세일‘이라는 과장광고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 금액이
$50가 되기도 하고
$200이 되기도 하니까.
그 기저에는
’ 싸게 사고 있다. 이 정도면 완전 득템이다 ‘라는
합리화가 있다.
이거 아낀다고 부자 되는 거 아니니까.
세 명이서
영화 보면 한 번에 $25
(오후 12시 전에 영화를 볼 때 1인당 $6이면 영화를 볼 수 있다/미국)
그런데 OTT결제는 $17
어떤 게 더 저렴한가?
물론, OTT가 더 저렴하다.
그러면 다시 물어보자.
도서관에 가서
DVD를 대여해서 볼 경우에는
얼마인가? $0
그럼 어떤 게 더 저렴한가?
도서관.
실험이 진행되어 갈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내 일상 곳곳에
또 어떤 $17 같은 소비가
숨어있는지 찾는 과정이 즐겁다.
‘이건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건 집에 있는 걸로 리폼해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정말 ‘필요’ 한 것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고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삶에서 떼어내기 시작했더니
군살이 가득했던
나의 일상이
한층 더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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