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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생 학생 Mar 08. 2024

이기적인 아내와 이타적인 남편


신랑의 재임 평가 보고가 있었다.

신랑은 지난 3년 동안

학생들과 동료들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 왔는지와

어떤 연구 성과가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나열하고

학교 측에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란 걸

증명해야만 했다.



신랑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리가 미국 이곳에

더 머무를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결정타였기 때문이다.



미팅을 하루 앞둔 날,

나는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했다.

그동안 자유이용권을 손목에 차고

다른 나라에서의 삶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는데

사실 이 이용권이

3개월 안에 만료될지도 모르는

‘한정’ 이용권이라고 생각하자

거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



잠들기 전 신랑에게

“만약에 우리 이제 떠나야 하면 어떻게 하지?”

“다시 일 찾기 전에 어디서 지내야 하지? “하고

묻는 말에 신랑은

“일단 내일 미팅 끝나고 생각해 보자”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신랑에게

“미팅 끝나면 꼭 전화해 줘!”라고 말하고

신랑의 전화를 기다렸다.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고,

신랑이 말했다.

“다행이야. 더 일할 수 있게 됐어.”

그 한 마디에

손목에 차고 있던

자유이용권을

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먼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날 보며

신랑이 늘 해오던 말이 있다.

“나 자신의 에고를 드높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늘 학생들과 동료들 그리고 학교를 위해 일하고

최선을 다해 모두를 돕는다면

걱정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



나는 자신의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늘 동료들을 돕고, 학생들을 돕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신랑에게

가끔 핀잔을 주기도 했다.

마치 자기 밥그릇을 챙기지 못하는

어린아이를 보듯 옆에서 보채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신랑은 나를 설득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에고를 드높이려 일했을 때

거듭해왔던 실패와

주변을 도우며 주는 것에만 집중하며 일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왔던 기회들을 이야기했다.



노자의 도덕경을 재해석한

웨인 다이어의 책 ‘치우치지 않는 삶’에서는

에고 너머의 삶을 살아가라 이야기한다.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요구하는 에고.

에고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항상 애쓰지만

결코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대가를 바라는 마음 없이 베풀면

필요한 모든 것들이 모여든다고 일러준다.


성인은 자신을 마지막에 세움으로써

결국은 맨 앞에 서게 되고,

남을 먼저 생각하기에

더 오래 존재한다고 말한다.


신랑에게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며

좀 더 이기적이길 권했는데

신랑이 베풀어온 지난 시간들 덕분에

미국에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받는 것이 아니라

늘 주는 것에만 집중하는 신랑의

이타적인 마음에 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내 주변을

사랑으로 채워나가며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이타적인 신랑이 옳았다.







#이타적인사람

#이타심

#노자

#도덕경

#웨인다이어

#치우치지않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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