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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생 학생 Mar 30. 2024

편지의 ‘본질’은 무엇일까?

아날로그가 디지털화되었을 때 본질은 변하는가?


추억이 깃든 물건을

사진으로 남기고 처분하라는

‘말’은 쉽지만

특정 시간의 나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을 눈앞에 두고

매정하게 이별을 고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여러 차례

편지 꾸러미를 정리하고자 꺼내고도

’하... 어쩌지... 다 소중한데...’

라는 마음에

’일단 나중에 하지 뭐‘하고

미뤘다.



한 번은

‘부피를 줄이면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내가 꼭 다시 읽고 싶은

‘구절’만 오려보기도 했다.



내가 이토록 친구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처분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위 자체가

친구와의 우정을 가볍게 여기는 무심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하는 걱정 때문에?


정성스레 쓴 편지를 버린 나에게 실망한 친구가

절교하자고 선언하고 나설까 봐서?


아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친구들의 소중한 날에는 꼭

손글씨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자칭 타칭 ‘편지 예찬론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편지’라는 것은

글씨가 쓰여있는 종이

그 이상의 의미,

’ 편지를 쓴 사람의 귀한 마음‘이 담긴 물건이기 때문에 쉽게 함부로 처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다시 한번

편지의 ‘본질’에 대해 물어봐야 할 차례였다.

편지의 본질이 ‘편지를 쓴 사람의 귀한 마음이 담긴’

것이라면, 편지지라는 종이가 아닌

종이 위로 옮겨진 ‘마음’, ‘메시지’가 

편지의 본질 아닐까?

그렇다면 사진을 찍어

편지를 디지털화해도

여전히 친구의 ’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종이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었지만

친구들이 전해준

그 소중한 마음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편지에 대한 ‘본질’을

재확인시켜주자

편지 하나하나를 촬영하고

처분하는 게

훨씬 수월했다.




물론, 처분하는 그 순간

아쉬움이 1도 없었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그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묻는다면

’ 편지에 대한 존재를 까마득히 잊었다 ‘는 사실...









#미니멀라이프

#편지처분

#사진으로찍기

#사진으로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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