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가 디지털화되었을 때 본질은 변하는가?
추억이 깃든 물건을
사진으로 남기고 처분하라는
‘말’은 쉽지만
특정 시간의 나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을 눈앞에 두고
매정하게 이별을 고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여러 차례
편지 꾸러미를 정리하고자 꺼내고도
’하... 어쩌지... 다 소중한데...’
라는 마음에
’일단 나중에 하지 뭐‘하고
미뤘다.
한 번은
‘부피를 줄이면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내가 꼭 다시 읽고 싶은
‘구절’만 오려보기도 했다.
내가 이토록 친구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처분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위 자체가
친구와의 우정을 가볍게 여기는 무심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하는 걱정 때문에?
정성스레 쓴 편지를 버린 나에게 실망한 친구가
절교하자고 선언하고 나설까 봐서?
아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친구들의 소중한 날에는 꼭
손글씨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자칭 타칭 ‘편지 예찬론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편지’라는 것은
글씨가 쓰여있는 종이
그 이상의 의미,
’ 편지를 쓴 사람의 귀한 마음‘이 담긴 물건이기 때문에 쉽게 함부로 처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다시 한번
편지의 ‘본질’에 대해 물어봐야 할 차례였다.
편지의 본질이 ‘편지를 쓴 사람의 귀한 마음이 담긴’
것이라면, 편지지라는 종이가 아닌
그 종이 위로 옮겨진 ‘마음’, ‘메시지’가
편지의 본질 아닐까?
그렇다면 사진을 찍어
편지를 디지털화해도
여전히 친구의 ’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종이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었지만
친구들이 전해준
그 소중한 마음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편지에 대한 ‘본질’을
재확인시켜주자
편지 하나하나를 촬영하고
처분하는 게
훨씬 수월했다.
물론, 처분하는 그 순간
아쉬움이 1도 없었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그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묻는다면
’ 편지에 대한 존재를 까마득히 잊었다 ‘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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