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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긋한 Jan 20. 2021

테트리스처럼 쌓여가는 시간들,

개강 그리고 한 달 후, 



배가 많이 아팠지만,

진통제를 하나 먹고

식탁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기도 하고,

“엄마~~”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내 필요에 응하는 시간,

나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 자리로 돌아와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펼친다.

어느덧, 개강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 줄 공부 일지 덕분에,

언제 이 공부를 시작했는지

출발선을 확인할 수 있다.

12월 18일에 개강해서,

오늘은 꼬박 한 달이 지난 1월 18일이다.

하루에 15분, 잠시 내 자리로 돌아와

식탁에 앉아 나를 위해 공부는 시간은

최소한의 양이라 눈곱만큼이나 작은 시간이지만,

하루 이틀, 그리고

이젠 한 달이 되어

그 시간들이 제법 많이 쌓였다.

고작 15분으로 하루에 1장을 읽던 전공 공부는

나를 100쪽까지 이끌어 주었다.

작은 15분이 매일 쌓아가며

100페이지까지 읽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고요한 시간에 더 공부할 수 있을 때는

하루의 진도보다 더 공부한 날도 있었고,

우선순위에서 밀려

늦은 밤에 겨우 한 장 읽고 자던 날에는

최소한의 양만 소화했다.

그리고 어느덧 100페이지에 와있었다.

하루에 한 시간씩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었더라면,

힘차게 달려 30페이지쯤에서 멈춰있을지 모른다.

모든 책의 앞부분만 흔적을 남기던 예전의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하루에 단 15분, 내가 내딛을 수 있는

가장 작은 걸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작은 성공을 계속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2페이지 읽으면 그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둔 덕분에 수강 기간의 3분의 1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학교였다면 지금쯤 중간고사를 보고 있을 텐데,

중간고사 때까지 결석한 날이 몇 번 있었지만,

쉼이 끝이 되지 않도록 보강한 덕분에

아직도 드롭 없이 잘 해내고 있다.

영어 회화는 어느덧 100개의 문장을 암기하고,

오늘은 122번째의 문장을 암기했다.

한 편의 영화를 지난 8개월간 익숙하게 봐왔고,

암기했으며,

완벽하게 외우지 못한 문장들을

다시 암기하고 있는데

무수한 반복 덕분에

예전보다 문장 구조가 더 눈에 잘 보이고,

머릿속에서 문장 이해도 쉬워졌다.

이제는 특정 장면을 떠올리면,

배우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가

입에서 튀어나온다.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Kate가 하는 말에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넣고

신랑의 이름을 넣어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I로 바꾸어 내 문장으로 만들어 보기도 한다.

테트리스 게임에서

형형색색 다른 모양의 블록을

밑으로 내려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을 채워가는 것처럼

처음엔 그저 조각조각에 불과했던 시간들이

공허했던 내 시간, 텅 비어 있던 내 마음에

하나둘씩 켜켜이 쌓여

어느덧 내 시간을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외국에서의 삶,

가끔 공허하게 느껴지는 내 마음을

배움으로 그 빈 공간을 채우는 시간이 참 좋다.

나에겐 귀한 시간이자

나를 지키기 위해

일상에 꼭 함께하고 싶은 시간.

나는 배우는 삶을 위해

식탁에 앉아 책을 펼치는

내 모습이 좋다.



#독학

#개강

#혼자하는공부

#외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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