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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긋한 Feb 12. 2021

새벽 기상, ‘나’를 이겨냈다는 것,

나는 잠이 많은 사람이고, 잠자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12시간 내내 잠을 잘 수도 있고, 유일하게 체력을 비축하는 방법, 피로 푸는 방법도 모두 잠인 사람이다. 그런 내가 새벽 기상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건, 늦잠 자는 습관이 뼛속까지 익숙해져 버린 나를 깨부숴야 하는 일이었다.  

마음속 한켠에는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이들 씻기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려고 누우면 ‘어쩌지... 4시에 일어나려면 5시간 밖에 못 잘 것 같은데’ 같은 걱정에 ‘이러다 피곤해서 면역력이 약해지면 어쩌나’하는 두려움도 생겨났다. 그도 그러할 것이 하루에 10시간 자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심삼일로 끝내면 ‘늦잠 자는 인생’으로 30대를 살아갈 게 뻔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찰나, 어제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알람을 4시부터 7시까지 끄면서 결국 새벽 기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하루를 보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잠을 많이 자서 개운하다는 긍정의 느낌보다 내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고 말았다는 패배감이 더 짙게 느껴졌다. 새벽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으니 요리하는 시간, 집안일에 할애하는 소량의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독서하며 보냈으나, 주도적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게 남았다. 아쉬움이 생긴다는 것은 내가 ‘새벽 기상을 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음을 갈팡질팡 하고 있을 때,  둘째가 새벽에 일어나 나를 찾았다. 이틀 전, 새벽에 독서를 하고 있는데 첫째, 둘째가 모두 일어나 엄마를 찾기도 했다. 아이들을 핑계로 ‘애들이 나를 찾으러 일어나서 새벽 기상은 안 되겠더라고’하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애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하기 전까지 적어도 15년이 남았는데 그동안 나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수많은 기회를 모두 포기해야 할까? 답은 아니다였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를 찾는 둘째를 옆에 눕히고 엄마의 감촉을 느낄 수 있게 발 마사지를 해주면서 그 옆에 앉아 아이패드로 독서했다. 처음엔 많이 칭얼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안정되었는지 곧 잘 자주었다.

본래의 목표는 식탁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정리하고, 생각도 간단히 메모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싱글도 아니고 두 아이에 신랑까지 있으니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새벽 시간 동안에는 아이패드로 아이들이 잠자고 있는 옆에서 불밝기를 어둡게 하고 독서하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나의 다이어리를 펼쳐 ‘아침 07: 50분에 일어나기’ 페이지를 펼친다. 오늘 날짜에 일어났던 시간을 기록하고, 7시 50분 이전에 일어난 날은 ‘작은 성공’을 이룬 날이기에, 노란색 색연필로 ‘오늘의 작은 승리’를 기록한다.

오늘을 기록하다 바로 옆에 있는 지난달 1월 11일의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숫자는 10:45분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의 나는 4시 15분에 일어나고 있다. 무려 6시간을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새벽 일찍 일어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몰입하며 보냈는지일 것이다. 하지만 6시간 먼저 일어나기 위해 2월에 들어와서 만들어낸 변화는 결코 소소하지 않다.

1월에는 12시가 지나도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세상 구경하는데 시간을 보낸 게 하루 평균 3~4시간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볼 건 유튜브뿐이다는 생각이었다. 이왕 집에 있는 시간 즐겁게라도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나의 내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뿌리 뽑기 힘들었던 나쁜 습관은 새벽 기상이라는 긍정 습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었다. 철저히 ‘성장’과 ‘배움’에 집중한 루틴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는 강의를 듣기 위한 용도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자극적인 기사도 클릭하지 않는다. 밤에는 하루를 피드백하고 잠들어야 하기 때문에 스프레드 시트지에 간단한 피드백을 기록하고, 알람을 맞춘 뒤 황급히 침대에 눕는다. 밤에 핸드폰을 들고 늦게까지 예능을 보지 않는다. 그 덕분에 부정적인 이야기 대신 ‘배움’이라는 필터를 통과해낸 콘텐츠만 흡수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감정 기복이 줄어들었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활력이 생겨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커졌다. 나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고, 그 시간을 오로지 ‘배움’으로 가득 채우겠다는 다짐을 실천에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그럭저럭 잘 지내면 되지 않냐는 악마의 속삭임이 없는 건 아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냐, 오후에 읽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나 자신의 벽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은 내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작은 승리를 매일 경험하게 해 준다. 출산 이후 6년째 지속하고 있는 육아 생활과 코로나로 인해 앞이 캄캄해서 더욱더 ‘나’이기를 포기했었다. 나라는 에고가 강해질수록, 보상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생겨나서였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에게 ‘나의 시간을 나의 의지대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킬 수 있도록, 매일 실행으로 작은 성공을 이뤄나가고 있기 때문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

성장을 방해하는 나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든 ‘게으름’, ‘늦잠’, ‘시간을 낭비하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부지런함’, ‘새벽 기상’, ‘시간을 배움으로 채우는’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김유진 변호사님의 책을 읽을 때, 섣불리 새벽 기상을 목표로 하지 않고 변호사님의 긍정적인 생각과 시각만 흡수하며 책을 읽었었다. 그런데 이젠 변호사님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새벽 기상이 내게 준 것은 가장 높은 벽인 ‘과거의 나’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는 습관임에는 틀림없다.


#새벽기상
#새벽열기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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