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복 크기를 알고 있나요?
오늘은 출근하는 날. 오후 1시 출근이라 오전에는 꽤 시간이 남았다. 어제 먹고 남은 연어에 자투리 채소를 넣어 볶음밥을 만들면서 한인 슈퍼에서 사 온 튼실한 무를 썰어, 다진 마늘 한 스푼 넣고 뭇국을 끓였다. 엄마의 요리 중 나의 최애(가장 좋아하는)는 바로 뭇국. 딱딱했던 무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열기를 받아 속이 비칠 만큼 보드랍고 투명해지는 걸 보자니, 지난주에 받았던 스트레스로 움츠려 있었던 꽁꽁 언 내 마음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내게 뭇국은 ‘힘내, 우리 딸!’라고 늘 엄마가 한국에서 기도하고 있으니 힘을 내라는 엄마의 응원 같았다.
이번 주 근무는 지난주에 ’ 실질적인 해결책‘을 두세 가지 미리 생각해 둔 덕분에 순조로웠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미리 해둔 밥에 국만 다시 데워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화려한 반찬 하나 없는 식탁 위에 올려진 소박한 뭇국과 밥. 그리고 반찬 접시에 담긴 김과 김치 조금. 간단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 한 끼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차를 운전하고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루는 음식점에서 외식하면 주문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오롯이 우리 가족만을 위한 개인 전용 레스토랑에서 주문 3분 만에 식사가 차려지니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4인 가족이 먹는 이 한 끼에 필요한 비용을 따져보면 메인 요리인 뭇국을 만드는데 든 비용이라곤 무 반 개 $4 뿐이었다(각종 소스와 김치, 쌀, 김의 비용은 제외). 외식해서 한 끼 먹으면 4인 가족이 최소 팁 포함 $40를 써야 한다는 걸 감안했을 때,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 뭇국에서 느끼는 행복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행복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되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이가 있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아사히 신문 기자로 살아온 에미코는 50이 조금 넘은 나이에 퇴사를 한다. 능력 있는 싱글라이프를 살았을 때는 일이 끝나면 맛집을 찾아다니고, 집에서도 요리책에 나온 화려한 요리만 요리라고 생각하곤 했다는 에미코. 퇴사 후, 간소하고 소박하게 다시 재정비한 식탁에는 화려한 요리 대신 밥과 국, 채소절임으로만 구성된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심플한 밥상이 꿰찼다.
그런데 이 소박한 한 끼가 너무 그리워 카페에서 일을 하고 점심시간에 집으로 달려간다고 한다. (하하하)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행복한 마음인지 나도 그 행복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 동지애를 느껴서. 에미코는 맛있고, 건강에도 좋고, 게다가 따로 준비 시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소박한 한 끼를 먹기 위해서는 한 달에 2만 엔(한국 돈으로 약 20만 원)이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살아가는 데 비싼 돈을 들여야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동안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왔는데,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가며 맛집에 가서 돈을 쓰지 않아도 소박한 한 끼를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소박한 한 끼에서 행복을 찾거나, 행복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보자. 매달 말 일 밥 하기 싫을 때마다 했던 외식비의 카드값을 보고 당황하는 대신, 별 것 없는 소박한 식사가 값도 저렴한데 마음을 얼마나 채워주는지 황당한 경험은 한 번은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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