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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생 학생 Feb 07. 2024

“못.찾.겠.다. 꾀꼬리!!!!!!!!!!!!”

내 발밑에 있었던 꾀꼬리

"I am so bored..."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나의 진심.

그랬다.

나는 요즘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하는지

앞으로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머릿속이 멍-한 상태였다.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에 나오는 사오정이

입을 열어 나방 공격을 펼치듯

내 입은 열기만 하면

불평, 불만 나방들을 쏟아냈다.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님은 책 ‘거인의 노트’에서 기록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기록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의 진짜 욕망과 마주하라고 이야기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To-do list만 기록하던 내 다이어리에는

그렇게 ‘한 줄 일상 기록‘이 더해졌다.

거창할 것 없이,

무엇인가를 한 다음

나의 ‘느낌이나 생각‘을 적었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랑 공부한 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할 것 같은데?‘라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적거나

어떤 날에는 점심으로 먹은 제육 볶음이 너무 맛있었다는

음식에 대한 감상을 적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1줄 기록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바로 ’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에 대해 발견해 주었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신랑은 오전 일찍 출근해서 자정이 다된 시간까지 일해야 했다.

평소라면 다 같이 외출하거나 공원에 가지만

그날은 아이들이랑 빨래를 개키고,

한인 슈퍼에서 사 온 밤고구마를

에어 프라이어에 구워

집 마당에 쳐둔 텐트에 들어가서

같이 책을 읽었다.


독서 육아를 한다고 하루에도 여러 권의 책을 읽어 주다,

지난해부터는 같이 책 읽는 시간이 뜸했었다.

처음에는 감기에 걸려서 기침이 나온다는 이유였는데,

그 이후에는 책 읽는 것 이외에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이유에

책을 읽어달라고 오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읽으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아이들이랑 간식 먹으면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행복을 다시 되찾은 기분이었다.

나는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두고 ’못찾겠다 꾀꼬리‘만 수 십 번을 외치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내 꾀꼬리!!!!‘


아이들과 책을 읽는 일상,

내 육아의 꽃이었다.

아이들과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일요일이 되면, 일주일 동안 기록했던 다이어리를 펼쳐

한 주를 복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이랑 같이 간식 먹으면서 책을 읽은 날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 옆에 ’ 최고의 순간‘ 혹은 ’가장 행복한 순간‘

이라는 기록이 남겨져 있었다.

이젠 정말 확실했다.

나는 일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간식 먹으면서 책을 읽는 시간을

꼭 마련해야만 한다는 걸 말이다.


누구나 삶이 무료하고 무기력해지면

내가 지금 좀 힘드니 나를 좀 돌봐달라며

불평하는 사오정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나는 내가 행복한 순간을 알고 있는 걸까?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 타인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남편은 아무 죄가 없다..^^; ㅋㅋ

어쩌면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다.

내가 언제 힘든지, 내가 언제 행복한지

나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여보자.

아주 쉽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했는지 기록하고,

그 옆에 나의 느낌을 1줄로 기록해 보는 것이다.

‘별로였다’

‘괜찮았다’

혹은

’X'

'O'처럼 심플해도 좋다.

중요한 건

내가 언제 행복한지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에 대한 이해를 높여

좋아하는 건 매일 일상에 두고

싫어하는 건 없애면 된다.


사오정의 입에서

불평 나방 대신

행복 나비가 훨훨 날아오를 테다.




#행복해지기

#행복주의자

#메타인지

#러브마이셀프

#나를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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