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
예전에 대학병원 약제팀에서 근무할 때 일입니다.
그 날은 환자를 직접 대면해서 투약하는 투약구가 제 포지션이었습니다.
정신없이 투약하는 와중에 그 다음 차례가 한 암환자였습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면 암환자를 만나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복약지도를 하고 있었죠.
“이 약(항암제)은 아침에 1개씩, 저녁에는 2개씩 드셔야 해요”
갑자기 환자분이 깜짝 놀라며 물어봤습니다.
“원래 아침에 2개, 저녁에 3개 먹었는데 이상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맞는 처방이어서 말씀드렸죠.
"처방 확인해 봤는데 이번 처방은 이게 맞아요“
나를 빤히 쳐다보던 환자분은 정말 환하게,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약이 줄었어요!!! 약이 줄었다구요!"
잠깐 멍하게 있다가 순간 나도 모르게 "정말 축하드려요!"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기쁨을 여과없이 표현하셨어요.
저는 암환자 분이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본 순간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아직도 그 묘한 기분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한 단어로 설명은 안되지만, 그 장면이 지금도 불쑥불쑥 떠오릅니다.
회사에서 일을 정신없이 하며 살다보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회의에 빠지기도 하고, 방향을 잃어버리도 합니다.
그럴 때는 저 분이 떠오릅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의 가장 최상위 미션은 저렇게 환자들이 기뻐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모든 결정과 목표는 이를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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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회사 근무 경력과 더불어 병원과 약국에서 약사로 근무한 기간도 있습니다. 제가 살면서 했던 여러 잘 한 선택 중 하나가 직접 환자와 대면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서 일했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면 환자와 직접 만나고 대화하며 그들의 생각, 감정, 원하는 것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제약/헬스케어 업계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깜깜할 때도 등대가 되어 헤매이더라도 결국 그 길을 찾아가게 도와준답니다 �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환자가 질환을 극복하고 건강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나의 미션을, 정말 좋은 제품과 프로그램의 툴로 달성한다는 비전이 점점 단단해지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