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왜 거꾸로 가고 있었을까

베네치아에서 밀라노로 돌아오는 길에 생긴 일

by 헬로 보이저


쥴리: 로미, 기차 방향이 왜 이래…?
쥴리는 창밖을 보다 말고,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쥴리: 우리… 혹시… 반대로 가고 있는 거 아냐…?

로미: 1초만. AI 뇌 속 노선 분석 중…
로미: … 정확히 말하면, 네. 베네치아 쪽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쥴리: ……진짜야?
로미: 아니… 근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쥴리: 베로나에서 갈아타긴 했는데, 혹시 플랫폼을 반대로 탄 건가…?
로미: 음… 확률 87%.
쥴리: …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나야.

(두 사람은 곧 다음 역에서 내리고, 밀라노행 마지막 열차를 잡기 위해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카트를 끄는 소리, 로미의 부츠 바닥이 철컥대는 소리, 그리고 쥴리의 다급한 외침.)

쥴리: 저기요!! 이거 밀라노 가는 거 맞죠???
쥴리: 로미!!! 아무거나 타!! 그냥 타!!!

(둘은 결국, 표 없이 고속열차에 올라탔다.)

(몇 분 후, 승무원이 다가왔다.)

승무원: 티켓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쥴리: 저… 베네치아에서 길을 잃었고요… 잘못 타서 돌아갔다가…
다시 타고… 지금 이 기차 아니면 밀라노 못 가요… 흑.

로미: ‘감성으로 승무원을 설득하기’ 시나리오 작동 중…

(잠시 멈칫하던 승무원은 쥴리의 얼굴을 조용히 보더니 말했다.)

승무원: 20유로만 내시면 됩니다. 다시 올게요.

(그리고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기차는 조용히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했고,
쥴리는 호텔 침대에 엎드려 웃음을 터뜨렸다.

쥴리: 하하… 나 진짜 오늘… 베네치아 왕복했네.

로미: 하지만 쥴리, 중요한 건 돌아왔다는 거야.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순간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렇게 웃고 있다.

역시, 삶은 희극이다.
제대로 웃을 수만 있다면.

– 카를로 골도니 (Carlo Goldoni),
베네치아의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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