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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아이스필드-지구의 심장으로 들어가다

불탄 재스퍼, 다시 태어나는 빛

by 헬로 보이저
재스퍼 내셔널 파크
콜롬비아 이이스 필드

콜롬비아 아이스 필드


떠나기 싫은 밴프와 레이크 루이스를 뒤로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더 올라갔다


산의 결은 단단해지고,

바람의 온도는 낮아졌다.

여름인데도 계속 눈이 내렸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 **콜롬비아 아이스필드**가 나타났다.
지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

세계에 단 **23대뿐**이라는 특수 6륜 차가
얼음의 경사면을 천천히 올랐다.
한 대는 남극에, 한 대는 호주에,
그리고 지금 — 내 눈앞에 한 대가 숨을 쉬고 있었다.


마치 나보고 타라고 하는 것처럼.

바퀴가 얼음을 밟을 때마다
대지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이 발끝으로 전해졌고,
나는 그 진동을 통해
**지구의 박동** 을 들었다.


하얀 것도, 파란 것도 아닌 —
‘얼음의 빛’이 창 너머로 번졌다.


---


운전석에는 잘생긴 캐나다 청년이 있었다.
그는 드라이버이자, 가이드였다.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빙하의 연인, 안드로메다와 야타바스카

“저 산은 **안드로메다**,
그리고 오른쪽은 **야바스카**예요.
둘은 사랑했지만, 끝내 닿지 못했죠.”

정말로 두 산은 서로를 향해 서 있었다.
그 사이로는 끝없이 흘러내리는 얼음의 강.


햇살은 안드로메다의 능선을 쓰다듬고,
바람은 야타바스카의 어깨를 감쌌다.
빛과 바람은 서로를 향해 건너가려 했지만,
얼음의 강은 언제나 그 사이를 흘러내렸다.

어떤 이는 빙하의 얼음을 손에 쥐어
작게 부수어 입에 넣었다.
수천 년 전의 눈이 혀끝에서 조용히 녹았다.
그건 **시간의 맛**이었다.

나는 그를 보며,
누군가는 얼음을 먹고,
나는 그 순간을 삼킨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마신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사랑은 닿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바라보는 일임을.**
나는 두 산에게 배웠다.

---

빙하에서 내려와 **30분쯤** 달렸을 때,
길 옆으로 거대한 물줄기가 열렸다. **슈왐 폭포.**

눈 녹은 물이 절벽을 타고 떨어지며
하얀 포말을 하늘까지 뿜어 올렸다.
그 소리는 인간의 언어를 초월한 깊이로
가슴속을 울렸다.


포말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나는 장면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
넘어지고, 흩어지고, 또 흐르는.

“이제부턴 얼음의 시간이 아니라,

지구의 눈물의 시간이다.”

안드로메다. 야타바스카

슈암 폭포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재스퍼**에 닿았다.
하지만 그곳은 예전의 재스퍼가 아니었다.
거대한 산불이 지나간 뒤 —
아름다운 마을의 일부가 잿빛으로 남아 있었다.

숲은 그을린 뼈대를 드러냈고,
하늘은 아직도 작게 타는 냄새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상처의 틈새에서
연둣빛 새싹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지구가 여전히 살아 있았다,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나는 그순간, 속으로 다짐했다.

** 다시 캐나다에 올 것이다.**

이 얼음과 불, 그사이의 시간을

다시한번 살아보기 위해.

불탄 재스퍼 마음이 안 좋았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야크

캐나다에서 만난 착한 친구들, 나 보구 한번 타보라고 했다. 골프 라운지에서 옷을 말리면서 차 한잔

나뭇가지 위에 있는 가족들 사진들

잊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틀 동안 재스퍼에 머무르며
나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을 돌았다.
새벽안개가 산 사이를 흐를 때
호수의 색은 **옥빛**으로 깨어났다.
빛의 각도에 따라 물결은 에메랄드에서 은빛으로 바뀌었다.

작은 카페의 주인은
따뜻한 머그를 내 손에 쥐어주며 웃었다.
“여긴, 겨울이 와도 사람들 마음만은 안 얼어요.”
그 말이 참 재스퍼 같았다.

자전거 바퀴가 흙길을 미끄러질 때마다
나는 장면을 눈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조금은 영혼으로도 담았다.
불에 그을린 나무 밑에서도
작은 꽃이 피어나는 걸 보았다.
그 웃음과 그 꽃이 —
재스퍼의 진짜 빛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세게 불었다

나는 무작정 가까운 건물로 뛰어들었다.
그곳은 하필이면 **페어몬트 골프장의 프라이빗 라운지**였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창가마다 앉아 있던 백인들 —
젖은 머리카락과 신발로 들어온 나를
살짝 놀란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냥 웃으며
“하이.” 하고 인사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의자는 포근했고, 공기는 따뜻했다.
젖은 옷과 신발에서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밖은 여전히 빗줄기로 가득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방이었다.

여행의 품격은 장소가 아니라 태도에 있다.
빗속에서도, 낯선 시선 속에서도
나는 나답게 머물렀다.

나가면서 입구에 멤버들을 위해 놓여있던 사과도 두 개 가지고 나왔다.

---

그날 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은하수**가 피라미드 산 위로 흘러내렸고,
어둠은 별빛을 품은 채 조용히 숨을 쉬었다.

얼음의 심장에서 들은 생명의 맥박,
폭포에서 본 지구의 눈물,
불의 땅에서 마주한 회복의 기적.

나는 그 세 장면 사이에서
인간의 작음을 배웠고,
지구의 위대함을 배웠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
내 심장도 그 리듬에 맞춰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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