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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곳 빅토리아 섬

Butchart Gardens 기억의 향기

by 헬로 보이저
밴쿠버 페리 타는곳

캐나다 가족들 너무 예뻐서 찍었다

밴쿠버 작은 섬들


밴쿠버의 다운타운을 가로질러 30분쯤 달린 뒤,

우리는 차와 함께 **BC Ferry**에 올랐다.


예약은 3개월 전.

여름이면 전 세계 여행자들이 이 항로를 가득 메우기 때문이다.


선라이즈가 바다 위로 천천히 올라올 때,

우리의 배는 잔잔히 물결을 가르며 나아갔다.

작은 섬들이 옆으로 흘러가고,

바람은 짠 냄새를 품고 얼굴을 스쳤다.

선실 안은 각국의 언어로 가득했다.

가족 여행객, 커플, 라이더들 —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세 시간 남짓한 항해.

바다 위에서는 모르는 이도 잠시 친구가 된다.

나는 커피를 손에 들고 창밖의 파도를 바라봤다.

햇살은 물 위에 쏟아지고,

멀리서 갈매기가 따라왔다.


그 순간, 바다는 길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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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섬의 이름은 **빅토리아 아일랜드**.

하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은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었다.


수천 년 전부터 **Coast Salish** 민족이 이 땅을 지켜왔다.

그들에게 이 섬은

“대지의 어머니가 바다에 띄운 요람”이었다.


그들은 바위와 나무, 강과 별에

모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섬은 살아 있는 존재였고,

인간은 그 위를 조용히 걷는 손님이었다.

1843년, 영국은 이 섬을 전략 요지로 삼았다.

여왕의 이름을 따 ‘빅토리아’라 명명하고

요새 **Fort Victoria**를 세웠다.


그 후, 이곳은

‘영국의 가장 우아한 식민지 도시’가 되었다.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Fairmont Empress Hotel)** 같은 건물들이

그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러나 그 우아함의 이면에는

조용히 지워진 이들이 있었다.


식민지가 들어서며

원주민 아이들은 가족에게서 떨어져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그들은

모국어를 쓰지 못했고,

노래를 부르지 못했고,

조용한 아이로 남아야 했다.


언어는 금지되었고,

춤은 사라졌고,

전설은 입을 닫았다.


> 섬은 그 오랜 침묵을,

> 나무의 뿌리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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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러에서 빅토리아까지, 여섯 시간이 걸린 여정.

페어몬트 호텔에 짐을 풀고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일찍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은 따뜻했고 공기는 투명했다.

나는 천천히 차를 몰아

**부처드 가든(The Butchart Gardens)** 으로 향했다.


이곳은 한 여자의 손끝에서 시작된 정원이다.

버려진 석회석 채석장을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꾼,

**제니 부처드(Jennie Butchart)** 의 이야기.


그녀는 폐허를 보고 좌절하지 않았다.

대신 그 위에 꽃을 심었다.

그 손끝이 만든 정원은

지금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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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ken Garden — 무너진 자리의 부활


정원의 초입에서

나는 깊은 구덩이를 내려다봤다.

그곳이 바로 채석장이었다.

회색빛이던 땅이

지금은 수천 송이의 꽃으로 덮여 있었다.

노랑, 분홍, 보라, 붉은빛이

서로 다른 계절의 언어로 노래하고 있었다.

> 상처가 깊은 곳에서

> 생명은 가장 화려하게 자란다.

햇살이 내 발끝에 닿을 때,

나는 그 문장을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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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꽃이 부르는 노래

전 세계의 꽃이 이곳에 모여

각자의 향기와 색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붉은 장미는 태양처럼 타오르고,

보랏빛 라벤더는 오후의 고요를 닮았다.

노랑은 웃음 같고,

하얀 꽃들은 바람이 쉬어가는 자리 같았다.

나는 천천히 그 길을 걸었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향기가 내 어깨를 스치고,

꽃잎들이 발자국마다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세상이 잠시 멈춘 듯했다.

바람도, 햇살도, 내 마음까지도.


> 아름다움이란 결국,

> 살아 있음이 조용히 피어나는 순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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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Lawn — 꽃과 음악의 무대


정원을 걷다 보면

잔디밭 한가운데 오래된 안내판이 있다.


1950년대,

이곳에서 빅토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여름마다 연주회를 열었다고 적혀 있다.


꽃 사이로 울려 퍼졌던 바이올린의 선율,

박수를 치던 사람들의 웃음.

그 모든 소리가

아직도 바람 속에 남아 있는 듯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꽃잎의 향기와 함께

보이지 않는 멜로디가 귓가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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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ese Garden — 침묵의 정원


한참을 걷다 도착한 곳,

고요했다.

물은 느리게 흐르고,

돌은 묵묵히 서 있었다.

바람조차 말을 아끼는 곳.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제니 부처드의 마음을 느꼈다.

화려함보다 깊이,


완벽보다 평화를 선택한 사람의 손길.

정원의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는 마치 누군가의 인생을 거슬러 걷는 기분이었다.

기억은 꽃이 되고,

시간은 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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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드 가든은 단순히 ‘예쁜 정원’이 아니었다.

그건 실패의 자리에서 다시 피어난,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시(詩)** 였다.

이곳이 천국이 아니었을까.

_2025년 7월, 캐나다 빅토리아에서._


부차드 가든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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