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몬트 호텔에서의 마지막 하루

다이에나 왕세자비의 향기 애프터 누운 티를 마시다

by 헬로 보이저

Oct 24. 2025

페어몬트 호텔 레스토랑 입구

페어몬트 엠프레스의 아침,

창문 사이로 들어온 햇살은 금빛이었다.

바다 위엔 잔잔히 떠 있는 요트들,

멀리서 들려오는 하프의 선율.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

바로 이곳에서, 캐나다 최초의 **애프터눈 티**가 시작됐다.

영국식 정원을 닮은 라운지,

은쟁반처럼 빛나는 티포트,

삼단 트레이에 오르는 핑거 샌드위치와 스콘,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건네받는

티 메뉴의 향기로운 이름들.

낮고 고요한 클래식 음악 속에서

차를 따르는 손길도,

티잔을 내려놓는 소리도

하나의 예법이 된다.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즐겨 마셨다는

애프터눈 티를 맛보기로 했다.

하나의 의식처럼 차려진 테이블 위,

은쟁반에 올려진 스콘과 샌드위치,

잔 위로 피어오른 홍차의 향기.

그 순간, 세상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 한 모금의 차 속에

> 백 년의 시간이 녹아 있었다.

스스로를 위해,

한 번쯤 여왕처럼 대접받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참 잘한 일이었다.

사실, 글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는 여행 중 하루 종일

통역과 일정 사이를 이쪽저쪽 뛰어다녔다.

하지만 오늘만은 —

내가 나를 위한 여왕이 되고 싶었다.

그날 그 티 한 잔을 마시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조금은 후회했을 것이다.

---

정오가 되어

우리는 차를 몰고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바람은 부드럽고,

공기는 향기로웠다.

그러다 운전 중에

작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Bambi Village.”**

무심코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곳은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았다.

작은 카페, 하얀 울타리,

그리고 정원 사이로 뛰어노는 사슴 두 마리.

나는 차에서 내려

그 광경을 바라봤다.

‘밤비다.’

그 아이는 도망가지도 않았다.

조용히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그 순간,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보였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들고,

작은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았다.

라벤더 향이 살짝 섞인 공기가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 세상은 참 넓고,

> 아름다움은 늘 예기치 않게 나타난다.

그날 오후,

우리는 항구로 향했다.

페어몬트의 붉은 벽돌이 멀어지고,

갈매기 한 마리가 하늘을 가르며 날았다.

배에 오르자,

짠 냄새와 커피 향이 섞인 바람이 불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천천히 속삭였다.

_“나에게 큰 추억과 행복을 준 곳,

정말 고마워.”_

멀어지는 섬을 바라보며 알았다.

여행의 끝은

**돌아감이 아니라, 머무름의 여운**이라는 것을.

_2025년 7월, 빅토리아에서 밴쿠버로 돌아가는 아침.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