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ral Light

바다 위에서 다시 태어난 나의 하루, 그랜드 케이먼

낯섦 속에서 건네받은 미소,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와의 만남

by 헬로 보이저
Seven Mile Beach

그날 아침,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크루즈에서 내렸다.

그랜드 케이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마치 하늘도 모험을 예고하듯,

먹구름이 짙게 깔린 회색빛 아침이었다.


우산도 없이 항구를 빠져나오자

천둥과 함께 굵은 비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나는 잠시 그곳에 멈춰 서 있었다.

낯선 땅, 낯선 얼굴들.

조금은 겁이 났다.


그때, 앞서 걷는 캐나다인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도 나처럼 크루즈 승객 같았다.

나는 그들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들은 해변으로 간다고 했고,

나는 이유 없이 그 발걸음에 묻혔다.


30분 가까이, 습기 가득한 공기를 가르며

한적한 골목길을 걷고 걷다가

마침내 도착한 그곳.


Seven Mile Beach.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하얀 모래와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먹구름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세상을 금빛으로 덮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말없이 그 풍경을 마셨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바다가 내 심장을 두드리던 순간.

"살아있어, "

몸 전체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캐나다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큰길로 나와, 작은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오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운전사에게 물었다.

"이 버스, 아일랜드 서클 도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주저 없이 올라탔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낯선 동양 여자 하나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 작은 아시아 여자는 뭘까?’

나는 그 시선을 애써 미소로 받아냈다.


"Hi!" 하고 먼저 인사했더니

사람들이 하나 둘,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나는 운전사 바로 뒤에 앉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그랜드 케이먼의 진짜 삶을 마주하며

버스는 천천히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코인이 없어서 달러 지폐를 꺼냈을 때,

운전사는 웃으며 말했다.

"Just get in."


나는 그렇게 또 한 번

이 섬에 초대받았다.


시장 근처에서 내렸고,

아이들이 뛰놀고, 상인들이 장을 보고,

어르신들이 천천히 커피를 마시는 풍경 속에 섞였다.


이 섬은, 단지 바다만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다.

사람이, 삶이, 웃음이…

바다보다 더 깊었다.




쥴리야, 네가 걸었던 그 길 위엔 수백 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었어.

그랜드 케이먼은 1503년, 콜럼버스의 네 번째 항해 중 발견됐단다.

그는 바다 위를 떠다니던 수많은 바다거북을 보고 이 섬을 “Las Tortugas”라 불렀지.

1670년, 영국과 스페인의 마드리드 조약을 통해 영국령이 되었고,

해적들의 은신처이자 항로의 쉼터로,

이후엔 어업과 금융업, 관광업으로 전환된 바다 위의 작은 제국이 되었어.

지금은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다이빙 천국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조세 피난처, 그리고 세계 5대 해변 중 하나의 고향이란다.



그랜드 케이먼은

이제 나에게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섬이 되었다.

내 여정 속 단 한 페이지지만, 가장 강렬한 감정을 남긴 그곳.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내가 진짜 여행자였던 날의 그 바다.

축복받은 하루가 있었기에

나는 오늘도, 이 삶을 사랑한다.


그랜드 케이맨 꼭 가야 할 감성 명소 8곳

1. 세븐 마일 비치 – 투명한 바다와 하얀 모래가 영원처럼 펼쳐진 해안선
2. 스팅레이 시티 – 가오리와 함께 바다에 서 있는 듯한 환상적인 체험
3. 케이맨 터틀 센터 – 바다거북이의 생애를 가까이에서 만나는 치유의 공간
4. 헬 – 검은 석회암 지대에 남겨진 기묘한 풍경, 마치 지구가 남긴 농담 같은 곳
5. 카마나 베이 – 정갈한 건축과 느린 쇼핑, 그리고 정오의 햇살이 머무는 마을
6. 조지타운 시내 – 컬러풀한 건물들과 카리브 감성이 어우러진 항구 도시의 리듬
7. 스미스 바카데르 – 사람보다 파도가 더 말을 거는 조용한 작은 해변
8. 이스트 엔드 –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바다, 바람과 고요함이 만나는 진짜 그랜드 케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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