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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Nov 28. 2019

미생물의 보호소, 김치

젖산 발효의 끝판왕

 발효란 무엇일까? 사실 대부분의 음식은 조리가 되었건 말았건 상온에서 20분이 지나게 되면 박테리아가 서서히 증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화학반응 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대게 그 화학적 반응이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상했다' 또는 '썩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며 반대로 여러 가지 인간의 개입 또는 자연적인 현상, 즉 인체에 유익한 박테리아들에 의해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켰을 때 주로 '발효'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 지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the art of fermentation ( 작가: Sandor Katz)에 의하면 사람들은 본인들이 의식하지 못할 뿐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의 1/3은 대부분이 발효 음식이라고 한다. 맥주, 와인을 비롯한 많은 술들이 발효에서 얻어지며 아침에 끼니 대신 자주 챙겨 먹곤 하는 요구르트, 떡볶이 위에 올려 먹는 치즈 그리고 피자를 먹을 때 늘 따라서 오는 피클 또한 발효의 일부이다.


 발효에는 균의 종류, 발효를 시키는 방법, 사용되는 재료 등에 따라 많은 종류가 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특히 한국음식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발효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젖산 발효'가 아닐까 싶다. 젖산 발효라 함은 야채나 과일 속의 자연적인 당분이 자연적인 효모와 만나 젖산(Lactic acid)으로 변화한 뒤 젖산균이 증식하면서 나타나는 화학적 반응이며 가장 대표적인 젖산 발효의 예를 우리 식탁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김치'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김치 속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말 그대로 엄청난 수의 박테리아가 숨을 쉬고 증식을 하며 우리는 그것을 먹고 있다는 뜻이다.


 김치를 우리는 담글 때 대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행동이 배추를 소금이 절이는 절차인데 보통 사람들에게 배추를 소금에 왜 먼저 절여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대답이 '그래야 숨이 죽어서 양념을 치댈 수 있다'라고 한다. 사실 이 소금에 절이는 절차 안에 엄청난 과학적 비밀이 담겨있는데 '소금'이라는 바다에서 오는 이 재료는 대부분의 발효 특히나 젖산 발효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유인즉슨 과일이나 야채에 소금을 뿌리게 되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고 그와 동시에 소금에 의해 유해한 미생물들이 다 떨어져 나가게 되며 김치의 경우 배추, 무 등 야채 속에 자연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당분이 자연적으로 젖산으로 변화하고 효모 또한 활성화됨으로써 젖산균이 배추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단순이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만으로도 발효는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사실 독일의 요리 중 사워크로트(Sauerkraut)라고 하는 발효시킨 양배추 음식이 있는데 이 음식이야 말로 위에서 언급한 전형적인 소금에 절이기만 한 것으로 발효가 된 음식이다. 단순히 양배추를 잘게 썬뒤 캐러웨이 씨 등의 향을 가미해줄 재료를 넣고 양배추의 무게 대비 어느 정도의 소금 넣고 실온에서 나두게 되면 양배추 속의 당분과 효모가 활성화되어 그 자체로 젖산 발효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일의 사워크로트와 비교하여 '김치'라고 했을 때 꼽을 수 있는 가장 특징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을 때 역시나 '젓갈'을 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만으로 배추는 발효가 되지만 '젓갈'을 추가함으로써 김치의 조리과정에 여러 이득을 볼 수 있고 이 젓갈이 사워크로트와 김치를 아주 다르게 만드는 요소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젓갈'을 절인 배추에 추가하는 것은 요구르트를 만드는 과정과 거의 흡사하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대게 집에서 요구르트를 만드는 경우 일반 우유에다 이미 만들어진 요구르트를 넣고 따뜻한 온도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우유는 이미 굳어서 요구르트로 발효가 된 것을 볼 수가 있다. 이유인즉슨 이미 만들어진 요구르트 안에는 유산균이 존재하게 되는데 우유를 만남으로써 유산균이 더욱더 뛰어놀 공간이 생기고 이에 유산균은 그 넓은 우유의 공간 속으로 자가 증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박테리아는 인간의 신체와 같이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따뜻한 온도를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데 본인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과 따뜻한 온도를 제공해줌으로써 더욱더 자가 증식 즉 발효가 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젓갈은 그 자체로 이미 발효가 되어있는 식품이며 그로써 많은 박테리아가 그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럼으로써 젓갈 속에 있는 균이 배추 속에 들어갔을 때 요구르트와 같은 원리로 더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되고 자가 증식 즉 발효를 하는 데 있어 더욱더 촉진을 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김치를 실온에 두게 되면 더 빨리 익으며 시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듯이 박테리아는 실온에서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하며 김치와 같은 모든 젖산 발효의 경우 유산균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PH지수가 산성으로 가기 때문에 김치가 익을수록 맛이 시어지는 것이다.

 '젓갈'을 넣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 중 하나가 서양요리와 대비해 아시아 요리에서 크게 많이 찾을 수 있는 '감칠맛'을 더욱더 배가 시켜주게 된다. 그렇기에 사워크로트와 비교해 김치를 정의하는 데 있어 젓갈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예전 집에서 김치 담그는 것을 봤을 때 그 속에 들어가는 마늘의 양에 엄청나게 놀랐던 기억이 있지만 사실 이 안에도 꽤나 큰 과학적 이유가 있게 되다. 고대 이집트의 기록에도 꿀에다 마늘을 넣고 발효를 시켰다는 기록을 찾을 수가 있다고 하는데 마늘은 발효의 과정에서 말 그대로 소독제와 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어 그 뜻대로 김치 속에 파고들려는 잡균으로부터 김치 즉 유산균을 보호하며 김치가 썩는 걸 방해하는 큰 역할을 한다. 마늘을 추가함으로써 얻는 맛 이외에도 그 존재 자체로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치 속에 그렇게나 많은 균이 있다면서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것을 어떻게 쉽게 증명해볼 수가 있을까? 방법은 매우 간단하게 되는데 김치를 열로 가열하여 볶는다던지 삶아버리게 되면 김치가 더 이상 발효되지 않음을 볼 수가 있다. 

 우유 브랜드 중에서 '파스퇴르'라는 친숙한 이름을 볼 수 있는데 '파스퇴르'는 사실 단순한 우유 이름이 아닌 살균법을 개발한 프랑스의 화학자의 이름이다. 우유를 살균하고 그 안의 균을 죽임으로써 우유의 보관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공으로 프랑스어 단어에서도 파스퇴르 이름을 따서 살균하다를 pasteuriser라고 하며 영어에서 또한 pasteurize라는 표현을 쓴다. 고로 김치 또한 불에 닿게 되면 그 속의 박테리아가 파괴되게 되고 말 그대로 멸균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치 그 자체로써 단순한 식품으로써가 아닌 미생물의 보호소이자 집이 되는 셈이다.


 김치의 이런 과학적인 면을 봤을 때마다 늘 안타깝다고 느껴지는 점 중 하나가 김치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음식들이 너무나 '손맛'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만큼이나 발효음식이 다양하고 풍부한 나라는 정말 드물다고 느껴지지만 외국에서 '발효'의 자료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의 경우가 일본에서 오는 자료들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발효를 통하여 노르딕 퀴진을 부흥기를 맞게 한 코펜하겐의 식당 'Noma'에서 최근 출판된 발효 레시피 책을 보아도 대부분이 사실 일본의 발효 레퍼런스들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들이다.

사실 한식이 정말 세계화되길 원한다면 꼭 굳이 세계화가 되지 않아도 좀 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려면 위와 같은 우리의 음식을 좀 더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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