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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Dec 09. 2019

사워도우 빵(Sourdough bread)

음식에서 찾는 느림의 미학

 요즘 유럽의 미술, 패션 등의 트렌드세터들에게 제일 중요한 화두를 꼽으라 하면 여러 가지 주제들을 던질 수 있겠지만  그중 제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문제가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뜨고 있는 부분을 먹거리에서 찾게 된다면 역시나 영국에서 처음 유행하여 지금은 파리, 코펜하겐, 런던 등에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게 대중화가 된 내추럴 와인 문화, 로컬&제철 재료와 자연적 '발효음식'을 더한 노르딕 퀴진 그리고 동물 보호를 위해 육식을 하지 않는 베지테리언 문화 등이 Sustainability의 일부로써 표현할 수 있다고 보인다.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에서의 주된 탄수화물 공급원이 쌀이라고 봤을 때 유럽과 미국 등의 서양 국가들에서의 기초적인 탄수화물 공급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빵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빵 문화에서도 Sustainability의 맥락과 함께 주목받는 빵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워도우 빵'이다.   


 그렇다면 사워도우 빵이란 뭘까? 

말 그대로 영어 단어에서의 Sour의 의미는 맛이 '시다'라는 의미이다. 모든 사워도우 빵의 맛에는 신맛이 꽤나 느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워 도우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지만 사실 사워도우 빵에서 신맛이 나게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보통 아는 공장에서 나오는 이스트를 써서 만드는 빵과 달리 사워도우는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서 만드는 빵이기 때문이다.

  밀가루 안에는 어느 정도의 박테리아가 늘 존재하게 되는데 이 박테리아가 일정량의 물, 따뜻한 온도, 공기 중의 다른 박테리아와 만났을 때 발효가 시작되게 되고 그 발효된 사워도우 스타터와 밀가루, 물, 소금 등을 넣어 구운 빵이 사워도우 빵이다. 김치가 익으면 시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사워도우의 발효 또한 젖산 발효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빵맛이 시어지는 것은 아주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발효 그 자체로 기본을 두고 있는 먹거리인 셈이다.


 반대로 이 사워도우 빵이 왜 Sustainability의 가치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발전을 모델로 삼는 곳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을 비롯한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데 이 Sustainability의 가치와 함께 먹거리로써 가장 뜨게 된 문화가 슬로 푸드 즉 '발효'라는 조리법이다. 그렇기에 단적인 예로 코펜하겐 시내에서는 우리의 고유 문화인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이나 식료품 점을 꽤나 쉽게 찾을 수도 있으며 카페에서도 콤부차와 같은 발효차들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사워도우는 위에서 언급했듯 말 그대로 자연발효로써 밖에 얻을 수 있는 빵의 종류이다. 

 19세기 유럽의 음식 문화의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스트'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고 본다. 빵을 만드는 데 있어 필요한 박테리아만을 배양하고 응축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된 것인데 이 기술로 인해 지금까지도 우리는 여러 가지 혜택을 보면서 산다고 말할 수 있다. 이스트와 함께 일률적인 빵맛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고 빵의 대량생산까지도 가능해졌으며 빵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시간 또한 엄청나게 단축이 되게 되었다. 왜냐하면 발효종을 배양해야 할 시간을 말 그대로 없애주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스트와 함께 만들어진 빵들에게서 그전에 빵들에서는 찾지 못하던 단점들이 조금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물리적으로 빵을 구운 후 빵이 말라서 딱딱해지는데 까지는 시간이 천연발효종에 비해 빠르게 진행됨을 찾을 수 있고 건강의 문제에서는 그전의 천연발효종들의 빵에 비해 소화기관에 질병을 일으키는 일들이 많아졌으며 이스트를 사용하여 만든 빵에서는 피트산(phytic acid)의 증가와 함께 빵에서 얻어지는 많은 영양분들의 공급 또한 차단되는 일들이 생겼다.


 이와 달리 사워도우 빵에서는 여러 가지 장점을 찾을 수가 있는데 천연발효와 함께 일반 이스트로 만든 빵과는 달리 소화가 좀 더 쉬운 편이며 똑같은 양의 빵을 먹었을 때 공복감을 채워주는 느낌 또한 빨리 찾아오는 데다 위에서 언급한 빵속의 피트산을 중화시켜주는 작용 또한 찾을 수가 있다. 그리고 빵을 구운 뒤에 말라서 딱딱해지는 데까지도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사워도우에도 단점은 있다. 천연발효답게 발효 종 즉 스타터를 키우는 데 있어 시간이 꽤나 소비되게 되며 여러 가지 환경에 따라 스타터를 키운 데에 있어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가 있다. 게다가 똑같은 발효 종을 가지고도 굽는 환경에 따라 맛 또한 일률적이지 않은 경우를 찾을 수 있게 되는데 이 모든 게 말 그대로 발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워도우 빵 문화를 보면서 다시금 재고하게 만드는 게 우리 고유의 음식 한식이 아닐까 싶다. 한식 속에 발효는 그 어느 나라 음식보다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으며 한식의 필수 재료인 된장, 간장, 고추장만을 봐도 슬로 푸드와 Sustainability를 깊게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요즈음의 한국의 먹거리 문화가 이러한 추세와는 조금 다른 방향을 가고 있는 게 아닌듯한 인상과 함께 걱정이 앞설 때도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회 구조와 경쟁 속에 사람들이 음식 속에서 특히나 한식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느림의 미학과 달리 직관적인 맛을 더욱 추구하는 것 같은 인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찰 음식 또한 우리 스스로가 아닌 베지테리언, 발효 등의 문화가 급속도로 주목받고 있는 서양 국가들에 의해 다시금 높게 재고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우리 스스로의 좋은 것들을 우리 스스로가 알아보고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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