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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yong Julie Sim Aug 03. 2016

#2. 텐트 설치 편: 매일 두 번, 텐트와의 씨름

세계일주 가려고 퇴사한 28살 여자 이야기: 34일의 아프리카 캠핑 여행

 캠핑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덧 문명과 동떨어져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사는 것에 익숙해진다. 해가 지면 어두워지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고, 어두워지면 어두워진 대로 어둠 속에서 사는 법을 배운다. 

미약한 헤드랜턴 불빛 하나로 텐트를 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빨래도 한다. 때로 달이 휘영차게 밝은 날에는 달빛 한줄기에 이 모든 걸 마치기도 한다.      


텐트 속 완전한 암흑 속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척척 찾아낸다. 최소한의 살림살이로 오랫동안 살다 보니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지 않고도 아는 경지에 이르렀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다. 

    


새벽에 샤워를 하고 돌아오면 젖은 머리로 어둠 속에서 배낭을 싼다. 사실 싼다기보다는 쑤셔 넣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어젯밤에 빨아서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던 채 마르지 않은 티셔츠, 흥건히 젖은 수건과 모래가 잔뜩 묻은 신발을 배낭에 꾸역꾸역 구겨 넣는다.     


슬리핑백의 지퍼를 끝까지 채우고 세로로 반 접은 뒤 둘둘 말아 파우치 안에 넣고, 배낭과 함께 트럭 뒤의 다 떨어져 가는 사물함에 낑낑대며 넣고 나서는 이제 텐트를 정리하러 돌아간다.   

 

  


폴(pole)에서 훅(hook)을 풀어내 텐트를 분리해 내고, 피라미드 모양이었던 텐트가 최대한 납작한 사각형 모양으로 접히도록 정리한다. 기둥 역할을 하던 사방의 폴 12개를 모두 분리해 폴 파우치에 넣는다, 텐트를 4등분으로 접고 돌돌 말아 텐트 파우치에 넣는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힘을 덜 줬다가는 텐트 파우치에 비해 너무 크게 말린 텐트를 헉헉대며 파우치에 쑤셔 넣다가 포기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간밤에 비가 내렸거나 좀 습했던 날에는 텐트 정리를 마치고 나면 온 몸이 진흙과 지푸라기 범벅이 된다.     

열심히 텐트를 치는 캠핑 동료들


캠핑장에 해가 진 뒤에 도착한다거나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치거나 정리해야 하는데, 헤드랜턴이나 핸드폰 불빛에만 의지한 상태로 철로 만든 폴과 훅을 다루다 보니 속속들이 부상자가 발생하곤 한다. 폴을 분리하다가 갑자기 튕겨 나온 폴에 이를 부딪쳐 피가 나기도 하고, 훅에 손가락이 끼거나 긁히는 일도 다반사이다. 텐트 정리를 마치고 나면 손톱도 늘 한 두 귀퉁이씩 잘려 나가 있다.


처음에는 손가락 절반도 넘게 대일밴드를 더덕더덕 붙이고 있어야 할 정도로 상처투성이였다. 아물지 않은 손으로 다음 날 또 텐트를 쳐야 하는 강행군을 참다못해 목장갑을 찾아서 온 슈퍼를 뒤졌으나, 아프리카에서는 원하는 물건 하나 사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가 한 슈퍼에서 샤워 시 거품을 낼 때 사용하는 얇은 샤워 장갑을 찾아내 환호성을 지르며 구매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요령이 생겨 손가락을 베지 않으면서도 텐트를 칠 수 있게 되어, 어렵게  산 핑크색 샤워 장갑은 그만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아프리카 캠핑 여행 이야기

[아프리카 캠핑 여행 #0]프롤로그: 강렬했던 그 순간들

[아프리카 캠핑 여행 #1]샤워 편: 공포의 야외 찬물 샤워 10분    

[아프리카 캠핑 여행 #2]텐트 설치 편: 매일 두 번, 텐트와의 씨름     

[아프리카 캠핑 여행 #3]텐트 찾아가기 편: 내 텐트 찾아 삼만리 (업로드 예정)

[아프리카 캠핑 여행 #4]식사 편: 캠핑하면서는 무얼 먹나? (업로드 예정)

[아프리카 캠핑 여행 #5]이동 편: 여행의 3분의 1은 이동 (업로드 예정)

[아프리카 캠핑 여행 #6]캠프파이어 편: 타르쌈 까띠 슘바이 노르마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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