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가려고 퇴사한 28살 여자 이야기: 34일의 아프리카 캠핑 여행
힘겹게 텐트를 쳤다 해도 또 하나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내 텐트 바로 찾아가기'다.
거의 매일 다른 캠핑장에서 생활하며, 모두 다 같은 모양의 텐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면 저 많은 텐트들 중 내 텐트가 어떤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간혹 내 텐트인 줄 알고 남의 텐트에 들어갔다가 텐트 주인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목격해 버리는 불상사도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며칠 생활하다 보면 각자 자기 텐트만의 미묘한 특징을 발견해 낸다. 예를 들면 텐트 오른쪽 창문(?)에 붙어 있는 왼쪽 끈이 조금 짧다든지, 문 왼쪽에 조그만 구멍이 있다든지 하는 식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아무 결함이 없는 완벽한 텐트를 갖고 있는 사람은 문 앞에 스카프를 묶어두거나 옷을 널어두는 등 자기만의 영역 표시를 해 둔다.
내 텐트 찾기가 가장 힘든 경우는 숲 속 여기저기에 듬성듬성 한 두개 씩 반영구 텐트가 세팅되어 있는 캠핑장에 머물 때이다.
하루는 멀리 떨어져 있는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그 사이에 해가 뚝 떨어져서 사방이 가로등 하나 없이 캄캄했다. 가느다란 핸드폰 불빛으로 전방 2m만 볼 수 있는 상태에서 똑같이 생긴 나무들과 똑같이 생긴 수풀들을 지나 똑같이 생긴 텐트들 중 내 텐트를 찾아 가려다 보니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거의 30분 동안 식은땀을 흘리며 야생동물들이 우는 숲길을 돌고 돌다가 겨우 내 텐트를 찾아냈다. 텐트로 돌아오니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다시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도저히 다시 모험을 할 자신이 없어 그냥 모기에 뜯기며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해가 뜨고 주위가 밝아지자마자 텐트 밖으로 나가 나름대로의 약도를 만들었다.
‘바위 3개가 모여 있는 곳에서 우회전, 직진하다가 두 번째 길에서 좌회전, V자 모양 나뭇가지가 있는 나무와 길게 늘어져 있는 초록 식물이 보이면 그 사잇길로 들어와 오른쪽에서 두 번째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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